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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l 04. 2016

현재를 본다. 청계천, 익선동 그리고 인사동과 삼청동

익선동, 종로, 종묘, 해방촌, 도시풍경, 동양화, 한국화, 어반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길은 '청계천'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실 '청계천'은 내가 좋아하지 않은 사람의 명성을 만들어준 공간이어서 선입견이 먼저 생겨 주변을 지나는 일은 많아도 '청계천'을 직접 즐기지는 못했던 건 내 마음이 불편해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선입견 없이 그 물줄기를 느끼기로 맘을 먹고 동대문에서부터 상류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오늘 비가 올 거라 했지만 비가 오지 않고 있음에 여유롭게 다리 밑에서 천변에 발을 담그고 있거나 분수에서 놀면서 하천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물고기는 '모래무지'와 '붕어' '메기'까지 수십여 종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이 물줄기가 끊이지 않았으면 하는 맘이 같이 간절했다.

아름다운 길을 걷다가 문득 내가 가고 싶었던 종묘 옆 '익선동'에 가고 싶어 위쪽으로 올라선다.    



종로를 지나 종묘공원에 다가가니 이미 끝나는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익선동'이 이 종묘공원 서쪽 어디라고 했으니 담을 따라 가보자 하는 생각에 담을 따라 움직이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상대로 하는 잔술을 파는 가게 몇몇 개가 있다.

할아버지를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할아버지가 자꾸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에

머릿속 시나리오가 써지지만 공개하진 않겠다.

담을 타고 가니 길이 나무와 담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 길을 타고 가면 어디가 나올까? 생각하며 걸어가다가 굽이진 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가방을 내려놓는다.

앉아서 바라보다가 조금씩 스케치를 하기 시작한다.

평일에는 가게들이 오픈하는지 몰라도 일요일 한낮이라 그런지 지나는 사람도 없고, 바라보기 좋다.

지나가시던 자전거 타시던 분이 말을 걸어와 대화를 하며 그린다.    


“제가 사진을 하는데요. 사진은 한계가 있어서 인물 작업도 하시나요? “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를 등반했는데 산이 좋아서 했다기보다 학생 운동하다가 억울한 게 많아서 힘들었는데 산, 그쪽에 일종의 도피를 한 거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완성되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좋은 분의 이야기를 들어 귀가 같이 호강한 듯했다.    


‘익선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익선동'은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길에서 어르신께 여쭤보니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익선동'이란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좁은 골목길에 한옥들이 늘어서 있고, 하나 둘 개조되어 카페와 공방으로 만들어져 있다.

여기가 요즘 조명받는 익선동이구나 싶으니 여기도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궁금해진다.

카페에는 어둑한 조명에 묵직한 재즈가 흘러나오고 공방에선 작업의 가치를 알아달라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아름다운 공예품들이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다.

어둑해지는 골목길 선술집에 사람들이 가득하고, 모텔 골목에는 젊은 남녀의 수줍은 어깨가 총총히 사라진다. 길목에는 막걸리를 드시고 혼잣말로 세상에 대해 울분을 토하시는 어르신이 계시고, 화려하지만 초라한 조명을 따라 인사동길로 접어든다.    

인사동은 이미 내가 알던 인사동이 아니다.

어렸을 적 내가 알던 인사동은 골동품과 옛 그림들이 가득한 우리의 정체성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바뀌어간 것들에 대해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그런 인사동에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다. 

그 건물들이 좋은 용도와 의미로 쓰이길 바라며, 삼청동 쪽으로 넘어간다.

삼청동에는 이미 전에 바뀐 것들이 다시 바뀌어 있었다.

흔한 음식 가게도 대기업의 음식점으로 변하고 있었고, 좋아하던 카페도 화장품 가게로 탈바꿈했다. 변한걸 탓하지 않는다. 

아쉬울 뿐이다. 

자본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가게들이 들어오면서 그 골목의 색깔이 없어짐을 많이 아쉬워 할 뿐이다.

편리하지만 아쉬운 세상에 우린 살고 있나 보다.    


‘경복궁’을 거쳐 ‘시청’을 넘어 ‘남대문’을 통해 ‘남산’을 넘어 ‘해방촌’으로 내려오면서 

자본이라는 빨강 파랑의 색깔에서 해방되어 다양한 색깔이 존중받는 아름다운 세상이 오길 바라며 꿈꾸듯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렇게 해방되길 기원하며 동네길을 내려온다.         


201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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