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왕자 유리마 (1)

미스 프랑스의 남자가 된 백수 총각

by 사립탐정 진 앤 송

거의 45년이 되어가는 일이지만 지금도 간간이 인구에 회자되는 스토리가 있으니 바로 198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한 <미스 프랑스>가 불과 2년 후인 1982년에 6살 연상의 어떤 한국인 노총각과 결혼식을 올린 대사건입니다.



(남자의 이름은 유리마, 본명은 유재승이라고 하는 32세의 평범한 한국인 총각이며 여자는 브리지트 안느 마리 쇼케, 줄여서 브리지트 쇼케라고 하는 26세의 프랑스 미녀입니다.)



국제결혼은커녕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못한 시절이라 두 사람의 결혼은 그야말로 세기의 결혼이자 센세이션이었는데 <나는 화성의 왕자 마르스이고 당신은 비너스, 금성의 공주>라는 모티브로 접근해 끝내 결혼까지 성공한 의지의 사나이가 바로 저 유리마입니다.


1973년 한국의 농촌에 사는 중학생 유재승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굉장히 탐독했고 자기가 화성의 왕자라고 믿게 되었으며 밤마다 반복해서 외계의 공주 비너스를 만나는 꿈을 꾸는데 그 공주와 결혼하면 우주선이 와서 자기를 데려갈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이후 국내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라는 큰 행사에서 유리마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공주를 발견했으니 그녀는 바로 <미스 프랑스> 브리지트 쇼케였습니다.



(미스 유니버스 대회 당시의 브리지트 쇼케)



제대로 꽂힌 유리마는 그녀에게 편지도 보내고 직접 프랑스까지 비행기 타고 가서 집까지 찾아가서 프로포즈를 했고 편지와 구애, 선물공세 등으로 마음을 열었으며 2년 후 결혼까지 골인했지요.


당연히 유리마는 현지 프랑스 언론에도 주목받았는데 기자들한테 우주선이 날아오고 역사가 대변혁을 맞게 된다, 호주에 가서 우주선을 기다리며 살 것이라는 등의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혼이 확정된 후 프랑스에 있는 브리지트 쇼케의 집에 머물며 결혼 준비를 하던 유리마 커플의 모습입니다.)



(결혼식 당일의 모습인데 유리마는 중세 왕자처럼 입었습니다.)



(유리마는 중세 유럽풍의 기사 복장을 하는 등 코스프레의 원조였습니다.)



(컬러로 편집한 유리마와 브리지트 쇼케의 결혼식 모습입니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1. 유리마는 16세 때부터 매일 밤마다 화성으로부터 자신의 공주와 함께 지구로 귀양 오는 꿈을 꾸고 매일같이 꿈을 꾸다 보니 나중에는 자신이 화성과 관련이 있으며 고귀한 피를 이어받은 화성의 왕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보다 디테일하게 보면 7~8살 때부터 금발에 초록빛 눈을 가진 요정이 계속 꿈에 나타났고, 16살 때부터 구체적인 계시가 있었는데 어떤 노란 머리에 파란 눈에 어깨에 벨트를 두른 여신이 나타나서 <나는 금성의 공주 비너스 여신이다. 내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면 나는 너의 반려자가 되겠다. 언젠가 비너스가 나타나 벨트를 줄 거고, 그 비너스가 바로 나다>라고 말했으며 유리마는 그 계시에만 몰두해 학교도 그만두고, 밤에는 사색, 낮에는 잠을 자며 방황을 계속했습니다.



3. 유리마는 <금성의 공주>와 만나서 결혼하면 화성에서 우주선이 와서 자기들을 데려간다고 굳게 믿었고 그 비너스가 지구 어딘가에 있을 경우를 대비해 세계 각국의 언어를 연마했으며



4.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한 미스 프랑스를 보고 꿈에 봤던 비너스와 똑같이 닮은 것에 저 여자가 내 여자라는 확신을 갖고 그녀 브리지트 쇼케에게 다양한 선물과 편지로 구애를 계속했으며 대회가 끝나고도 쇼케와 계속 펜팔을 했습니다.



5. 처음에는 이 남자 미쳤냐 하다가 유리마가 편지로 써 준 동화를 읽고 마음이 결국 돌아선 브리지트 쇼케는 자신의 금발을 자른 것과 미스 프랑스 벨트를 함께 동봉해서 보냈습니다.



6. 이렇게 화성의 왕자 유리마는 오랜 꿈속의 비너스, 금성의 공주와 인연이 닿았고 1982년 결혼에 골인합니다.



그러나 결말은 꽤 시궁창이었으니...



브리지트 쇼케가 경찰 집안의 딸답게 경찰 시험에 합격해 열심히 살아갈 생각을 할 동안 언어장벽으로 취업은 안 하고 소설을 쓰겠다고 했던 유리마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곧 지구에는 대변혁이 올 것이고 우주로부터 자기들을 모시고 갈 우주선이 올 것이라고 늘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빗나갔고 이에 실망한 쇼케는 이 모든 것이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편을 차버렸다는 것입니다.


달콤한 말과 달리 시간이 흘러도 우주선이 날아오지 않자 이에 실망한 브리지트 쇼케는 유리마를 차버렸고 그는 프랑스에서 노숙자로 살다가 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홀서빙이나 하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며 현재까지 유리마를 직접 본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유리마는 1991년 국내에서 개인전을 가지기도 했는데 이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언론에 나온 모습입니다.)



유리마의 형인 성룡 씨의 언급에 따르면 유 씨가 홀로 산에 가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만 써서 결국 파경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현재 가족들 중에서 유리마 씨와 연락이 되는 사람은 없고 현재 유리마 씨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런데 항간에 거의 정설처럼 알려져 있기로는 이 브리지트 쇼케가 유리마와 이혼한 이유는 자기가 금성의 공주라고 굳게 믿고 유리마와 결혼하면 정말 그가 말한 대로 우주선이 와서 자기들을 데려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오니까 <내가 낚였구나! 너 이혼!>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본 탐정이 이 이야기를 자세하게 알기 전에는 이 미스 프랑스는 정말 미모와 지성이 반비례하는 샘플인가, <가슴 빵빵 머리 텅텅>의 교보재인가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 전체를 다 알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미스 프랑스는 굉장히 본인 딴에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그런 유리마의 환상적인 얘기에 속아 넘어간 것도 아니고 순진무구하게 그냥 미혹돼서도 아니고 이 사람은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며 유리마와 결혼한 것도, 이혼한 것도 모두가 아주 실무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과연 이 금성의 공주 브리지트 쇼케가 화성의 왕자 유리마를 차버리는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요? 우주선이 안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이유로 두 사람이 파경에 이른 것일까요?



본 탐정의 추리가 시작되는 것은 여기에서부터입니다.



- 2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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