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왕자 유리마 (2)
결혼의 목적 - 우주선 호출기?
by 사립탐정 진 앤 송 Mar 17. 2026
본 탐정이 유리마 씨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는 사실 유리마보다는 미스 프랑스에게 좀 더 집중하여 <미모와 지성이 반비례하는 근거>라며 혹평했고 가슴 빵빵ㆍ머리 텅텅의 예시인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브리지트 쇼케는 유리마의 얘기와는 달리 아무리 기다려도 우주선이 오지 않자 현타가 와서 이혼한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쇼케는 자신과 결혼하면 우주선이 데리러 온다는 유리마의 그 말을 정말로 믿었을까요?
의외로 유리마와의 결혼생활은 단 1년으로 끝났고 굉장히 현타가 빨리 온 편인데 사실 사람 심리상 그 정도 국제급 유명세를 치르고서 쉽게 손절하기가 힘듭니다.
인지부조화 현상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어떻게든 합리화할 수도 있었을 텐데 미스 프랑스는 어째서 그렇게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 볼 때 애초부터 유리마의 우주선 썰을 믿지 않았다는 것이 정답일 터입니다.
(결혼식 때 각국에서 온 기자들 앞에서 유리마가 우주선 썰을 풀고 있을 때 쇼케는 정말 현실적인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뭘 하고 살지, 아이는 둘만 낳아서 잘 키우고 싶다, 좋은 아내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게 미스 프랑스의 소감이었습니다.)
결국 화성에서 올 우주선은 유리마 혼자 기다리고 있고 쇼케는 전혀 우주선에 대한 믿음은 없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대체 뭘 보고 쇼케는 유리마와의 결혼을 택했던 것일까요?
본 탐정의 추리가 시작되는 것은 여기에서부터입니다.
자고로 가인박명佳人薄命이란 말이 있듯이 미인은 어딜 가나 삶이 화려하면서도 고달픈 법입니다.
미스 프랑스라고 하면 적어도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인증된 미인이며 브리지트 쇼케는 미모로 인해 이런저런 관심과 대시를 거치면서 닳고 닳은 남자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쇼케 자체가 냉철한 법학도에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경찰 지망생이라 더더욱 그런 마음이 컸을 수도 있는데 그 상황에서 화성의 왕자를 자칭하며 쇼케 자신을 금성의 공주라 칭하며 우리가 결혼하면 우주선이 올 것이라 믿고 있는 유리마라는 남자는 센세이션 그 자체였습니다.
개가 들어도 웃을 소리지만 진지하고 진솔하게 믿고 추구하는 순수함과 순진함은 이래저래 남자들에게 질려 있을 쇼케에게는 신세계였고 이런 남자라면 사심 없이 순수하게 사랑을 나누고 행복해질 수 있겠다는 계산으로 유리마와의 결혼을 승낙했을 것입니다.
(이러니 쇼케의 부모님도 유리마를 사위로 인정했고 화성의 왕자와 금성의 공주는 축복 속에 결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설마 하니 그 우주선 썰을 딸이 믿었다 해도 부모님까지 믿었을 리가요. 딸의 선택이 그만큼 합리적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커플이 깨어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애초에 쇼케는 유리마에게 좋은 직업, 높은 수입 같은 그런 현실적 능력치는 기대도 안 했기에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유리마의 똘끼와 무책임이 상상을 초월했던 것입니다.
(유리마의 형이 직접 증언하기로도 <결혼한 후에도 혼자 산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글만 써서>가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제대로 그림을 배워 예술계로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글을 써서 문학계로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매니아들 대상으로 외계인ㆍUFO 연구 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직을 하는 것도, 시골 마을에서 밭 한 마지기 빌려서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우주선을 기다린답시고 노닐면서 갓 결혼한 아내를 방치하고 있었으니 새색시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바깥일이 안 되면 집안일을 하던가
집안일이 안 되면 밤일을 잘하던가
밤일도 못하면 바깥일을 하던가
집안일도 안 되고 바깥일도 안 되고 밤일도 안 되니 이런 남편을 계속 데리고 살 여자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습니까?
신혼에 끝맺은 1년 결혼생활 중에 자녀도 없었다는 것을 보면 유리마와 쇼케의 부부금슬도 안 봐도 유튜브입니다.
그제야 미스 프랑스는 깨달았던 것입니다. 금성의 공주라는 자신은 그저 화성으로부터 유리마를 데려갈 우주선이 오게 해 줄 <우주선 호출기>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말이지요.
유리마에게는 자신을 화성으로 데려가 다시 왕자가 되게 해 줄 우주선이 필요했고 그 우주선이 오게 해 줄 매개체로서의 공주가 필요했을 뿐 그 공주가 딱히 브리지트 쇼케가 아니어도 무방했습니다.
사랑은 개뿔, 걸려든 여자가 쇼케였을 뿐이고 결혼하여 어떻게 알콩달콩 가정을 꾸리고 생활할 지에 대해서는 1도 관심 없이 오직 결혼 자체가 목적이었습니다. 결국 진심으로 인간 자체를 사랑했던 것은 쇼케뿐이었고 쇼케는 이런 유리마의 본색을 깨닫고 미련 없이 1년 만에 이혼하는 것을 택했던 것입니다.
(당시 정황을 기억하시는 분들의 의견으로도 유리마의 무책임과 무개념이 파경을 불렀다는 게 중론입니다.)
환상과 꿈에 젖어 현실을 저버린 무책임함은 결국 화를 불렀고 쇼케는 이 순수한 남자의 무능력까지 다 품고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애초에 그 결혼의 본질 자체가 자신을 사랑하고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가 아닌, <우주선 호출기>로 이용하려는 목적이었음을 깨닫고 현타를 맞았습니다.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법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쇼케의 머릿속을 스쳐갔을지도 모릅니다. 냉철한 법학도였던 쇼케는 결심이 굳어지자 실천력도 빨랐고 결국 자신의 인생에서 유리마를 도려내고 말았습니다.
(결국 유리마의 결말은 비행접시 꿈을 꾸고 비행접시 얘기만 하다가 접시를 닦는 것으로 최후를 맞았습니다.)
현재 살아 있다면 70대가 되었을 유리마 씨는 현재 어디에서도 종적을 찾을 수 없는데 혹시나 화성으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 하는 아련한 기대감만을 남기고 있습니다.
는 개뿔, 두 눈은 본향 천국을 향해도 두 발은 땅을 딛고 있기에 이상과 현실을 반드시 직시하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만을 뼈가 시리게 남겨주고 있는 화성의 왕자 유리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