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사진미술관 SeMA
매 달 마지막 금요일은 2시간 일찍 퇴근하는 날이기에 사람이 무서워 주말에 가지 못했던 곳을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날이다. 그래서 5월에 개관했던 서울 시립 사진 미술관에 큰 맘먹고 다녀왔다.
큰 맘을 먹었던 이유는 거리가 멀어서다. 창동역 인근에 위치한 미술관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한시간 반 넘게 걸린다. 오픈하고 사람이 몰린다는 소문에 지레 겁먹어 일부러 가지 않았던 이유도 작지 않다.
단순해보이는 외벽에도 의미가 있다. 빛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사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살려 외부 인테리어에 적용했다. 픽셀을 형상화해 구현했다는 의미를 미리 알고 간다면 창동역에서부터 미술관을 보며 감상을 시작할 수 있다.
베낄 사(寫), 참 진(眞)
사진의 어원은 '현실을 모사하다. 또는 베낀다'는 뜻이다. 지금은 누구나 휴대폰으로 눈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촬영할 수도 있고, 영상으로도 촬영할 수 있지만 1950년대 우리나라에서 사진은 분명 사기처럼 느껴질만큼 신기한 행위였을 것이다.
나는 미술관 4층〈광채 光彩: 시작의 순간들〉부터 시작했다. 한국에서 사진이 예술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에서 시작점에 위치한 선구자들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1880년대 한국 사진이 시작된 이후 사진은 단순한 기록 매체를 넘어 미학적 실험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로 확장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사진을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다섯명의 작가들의 사진을 모두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스토리 스토리지 Story Storage>
3층과 2층으로 내려오면 미술관이 창동에 위치하게 된 계기와 10년이라는 준비 기간동안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알려준다. 긴 시간동안 창동의 역사를 지키는 사람들과 이 미술관이 지어지는 과정들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시간을 잠깐 멈춰주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역사를 표현하는 것이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크게 와닿았다.
사진전은 미술, 예술의 영역의 다른 전시와는 다르게 관람 난이도가 낮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친숙한 매개체이고, 진입 장벽도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행위, 또는 사진을 보는 경험만 있다면 이 전시가 재밌게 느껴질 수 있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느껴질 수 있으니 시간을 내서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