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막힌 날씨, 자유로운 듯 자유롭지만은 않은 사람들
2년 전, 여행이라기엔 길고, 유학이라기엔 짧았던 미국을 다녀왔었다. 다른 여행객들에 비해 많은 관광지에 가진 못했지만, 그 대신 일상 생활에 밀접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이해
내가 생활했던 곳은 캘리포니아주 안에 있는 LA, 그 중에서도 작은 시골동네인 Torrance다. 이 구조를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는데, 캘리포니아주 하나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크지만 개념을 서울시라고 하고, LA는 강남구, 토랜스는 경기도 성남시 같은 느낌이다. County와 City가 조금 헷갈리는 요소인데 크게 중요하진 않고, 캘리포니아는 엄청 크고, LA도 너무 커서 우리나라의 시군구 개념을 붙이는 것 보단 도시 이름이 큰 동네라고 생각하면 적당히 편하다.
미국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었던 나는 'LA'하면 한인타운이였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한인타운은 위험한 우범지역이였고, 정작 한인들보단 흑인 갱단이 더 많은 동네라 걸어다니는 것 보단 차를 타고 다녀야 그나마 낫다. 한식당은 비싸지만 한국에서 먹는 맛집과 비슷했고, 햄버거나 스테이크같이 육류 위주의 식사가 합리적인 외식이 될 때가 많았다.
차 없으면 정말 힘들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땅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정말 힘든데, 캘리포니아 동쪽에서 서쪽까지 가는데 차로 쉬지 않고 7시간 이상 걸리는 정도이니 대중교통에 친숙한 한국 사람에겐 차가 없이는 생활이 힘들었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주의 특성상 한국 국제면허가 통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면허를 새로 따야하는 아주 불편한 문제가 있다. 내가 살았던 토랜스에서 LA 다운타운을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배차 30분 버스를 1시간 정도 타고 가야하고, 집에서 20분 걸어야 그 버스 정류장을 갈 수 있어서 누가 차를 태워주지 않으면 쉽사리 가기 어렵다. 그래서 미국에 사는 사촌들, 친구들의 차를 얻어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고마워서 감사 인사를 꼭 전했다.
생각보다 더 위험한 동네다
위험한 나라라고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위험했다. 특히 차가 없는 나같은 사람은 해가 지기 전에 꼭 집에 들어와야만 했다. 물론 대낮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길거리 자체에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은 동네라서 무슨 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다. 길을 걷다보면 이질감이 드는 풀냄새가 자주 풍겼는데, 이 냄새가 대마 냄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홈리스라고 불리는 집시나 거지들은 마약에 찌들어 중얼중얼 거리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말을 걸기도 한다. 총을 가진 나라인 미국에서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며 살아가는게 꽤 스트레스였다.
물론 좋은 점도 많다
지리적 특성상 사막 지역이었던 캘리포니아는 날씨가 정말 좋다. 여름엔 햇빛이 정말 강하지만 습도가 한국보다 낮아서 그늘만 가도 버틸 수 있을 정도다. 비도 많이 오지 않는 동네라서 어지간하면 푸른 하늘이 디폴트값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나에겐 항상 자연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매일같이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했다. 친절함보단 호의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이건 지역적 특성이 함께 있는데, 뉴욕이나 시카고같은 동부 지역에 가보니 차이를 많이 느꼈다. 서부 지역인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대부분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고 말을 거는데 어려움이 없다. 흔히 스몰토크라고 하는 것이 이 곳에선 자연스러운 문화다. 동양인 남자 하나가 차 없이 길을 걸으면 열명중에 두세명은 꼭 말을 걸고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했다. 덕분에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지만, 모르는 사람과 얘기하는데 부담스러워 크게 달갑진 않았다.
Melting Pot, 다민족 국가인데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멕시칸, 아시안이 많은 지역이라 다양한 언어가 들린다. 아예 주문할 때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많고, 타코를 파는 트럭은 어디든 볼 수 있다. 오죽하면 화요일에 타코를 먹는 'Taco Tuesday'같은 문화도 있다. 한국인만큼 일본인도 많아서 맛있는 일식당들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일본인 친구들도 쉽게 만들 수 있어 기본적인 일본어도 꽤 배웠다.
최고는 푸른 바다가 아닐까
헤르모사 비치, 맨해튼 비치, 레돈도 비치, 베니스 비치 등 해변이 너무나도 많다. 하나씩만 골라서 가는데에도 몇 달이 걸릴만큼 멋진 바다들이 널려있다. 사람이 많은 해수욕장도 있고, 부잣집 백인 노부부가 사는 동네로 올라가면 전세낸 것처럼 모래사장을 누릴 수 있다. 맑은 날씨, 푸른 바다, 이 두개만 봐도 왜 캘리포니아에 사람이 많이 사는지, 그 사람들이 왜 친절한지 알 수 있다.
육식인에겐 천국
햄버거를 좋아하는 나에겐 천국의 나라다. 어지간한 식당에는 대부분 햄버거 메뉴가 있고, 조금씩 다른 수제버거들을 매일 먹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에 질릴 때면 일반 식당에서도 먹을 수 있고, 맛의 평균치가 상당히 높아서 맛없는 햄버거를 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만큼 다양한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브라질 스타일인 슈하스코, 아르헨티나의 아사도와 같은 식문화도 배워서 먹는 즐거움이 상당했다.
나는 운이 좋았다.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사시는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사촌형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미국에서 잠깐이나마 머물 생각도 안해봤을거다. 마침 사진을 좋아하는 사촌형들이라 여러가지 팁을 배웠는데, 심지어 작은 형은 칸예, 캔드릭 라마와 같은 유명 래퍼의 콘서트에서 공식 사진을 찍는 부업도 하고 있어 많이 놀랐다. 그리고 이모 가족들에게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LA에서 지겹도록 들은 말은 디즈니랜드 가봤어?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봤어? 할리우드 어때? 이다. 하지만 난 디즈니 랜드도 입장권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샵만 가봤고, 나머지는 가보지도 않았다. 놀이공원에 큰 기쁨을 못느껴서 굳이굳이였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가보지 않았다고 해서 후회는 없다. 지불하기엔 좀 비싼 입장권도 한 몫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쎼...
음료나 군것질을 하지 않는 대신 하루에 한 잔씩은 꼭 커피를 마시는 편이다. 충분히 검증된 카페를 가고 싶을 때도 있고, 괜히 가보지 않은 카페에서 마셔보기도 한다. 깊진 않지만 그래도 적당이 얕은 커피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LA에서는 맛있는 커피를 마셔본 기억이 많지 않다. 그래서 실패하기 싫은 마음에 달달한 커피를 자주 시키곤 했다.
그나마 자주 갔었던 카페가 있었는데 맛보다는 맑은 날씨에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곤 라멘도 하나 먹고 빈둥대는 주말을 마무리했었다.
여기까진 구구절절한 이야기이고, 다음화에선 관광에 도움될만한 이야기를 가져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