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자 J 클릭 금지
회사 동료에게 내 MBTI를 말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감자씨가 P라고요?' 일할 땐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활을 보낼 때, 특히 여행을 가면 대문자 P의 성향이 뚜렷하다. 그래서 내가 여행하는 법, 즐거움을 느끼는 포인트 등 P의 여행법을 공유한다.
낯선 장소에 방문할 때 준비해야될 것들이 있다. 카메라, 지도 앱 등등, 미리 가보고 싶은 카페나 음식점을 찾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전혀 찾지 않고 발길이 이끄는 대로 걷다가 썩 마음에 드는 곳을 무작정 들어간다. 가끔은 영업 시간이 아니라서 못들어가기도 하고, 맛이 정말 없을 때도 있지만 그런 곳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저 이미 내 머리속에 남아있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우연히 찾은 장소가 내 마음에 쏙 드는 곳은 지도 앱에서 저장되어 가게가 없어지지 않는 한 영원히 남아있다.
P가 가장 즐거워하는 순간이 우연히 찾아간 식당의 음식이 너무 맛있을 때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내 마음대로 찾아간 가게가 취향에 딱 들어맞다면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이 없다. 그래서 우연히 찾아가서 성공했던 맛집을 추천한다. 물론 이미 유명한 곳일수도 있지만 여기서 기준은 나는 안찾아보고 갔다는 점이다.
이 즐거움은 여행을 가서도 해당되지만 일상의 점심 시간에도 해당된다. 특히나 회사원의 점심 시간은 작고 소중하기에 조금만 만족스러워도 큰 즐거움으로 돌아온다. 얼마전에는 처음 가보는 골목길로 들어가다가 배너에 쓰여진 마제소바 글씨를 보고 들어간 식당이 알고보니 저녁엔 오마카세 일식집이였고, 마제소바 퀄리티도 상당히 좋은데다 서비스까지 엄청나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가는, 가야만하는, 이런 수식어는 나에게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해외를 나가면 랜드마크 보단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언어인데, 미리 서칭을 하더라도 현지 언어로 찾아봐야하기 때문에 좋은 곳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장소일테니 그 또한 즐겁다.
이 즐거움을 알게된 계기는 미국에 잠깐 있을 때다. 한국에서도 타지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는데 미국에서 현지인처럼 몇 개월 살아보니 해외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의 매력을 알게됐다. 일정이 급해도 급한 것 같지 않게, 최대한 여유를 가지며 여행을 즐기게 되었고, 그러다보면 바라보는 시선이 디테일해져 찍은 사진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미국에 다녀온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아직 미국 다음 해외 여행을 가지 못했다. 아니 안갔다고 표현하는게 더 정확하다. 바빠서 못갔다는 말은 핑계에 가깝고, 우리나라에도 해외 못지 않은 장소가 많다고 느껴 국내 여행에 집중하고 있다. 그 동안 이천, 경주를 비롯해 수도권에서 가까운 지역들도 여행처럼 다녀오니 오래 간직할만한 사진들을 많이 건졌다.
대문자 P라고 해서 매순간마다 즉흥적으로 살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여행법을 J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좋아하지 않는 여행법이겠지만 그렇다고 즐겁지 않은 여행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들이 모두 새롭고 다르게 다가올 것이고 정신차려보면 푹빠져 나올 수 없는 매력의 늪에 빠져버릴 것이다. 시간도 정하지 말고, 장소도 정하지 말고, 무작정 발길이 이끄는대로 카메라만 들고 가보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더 재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