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나서 달라진 것들

습관이 생기면 재미도 생긴다.

by 방감자

약 5년 전 친한 형으로 부터 즉흥적으로 구매한 중고 소니 카메라를 구매하고 부터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처음으로 말하는 답변은 '사진 찍어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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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kweiler Beach

사진을 찍기만 하는 것이 아까워 글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 기분을 함께 기록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하면서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요리, 디자인, 여행, 인테리어 등등 얕고 넓게 알아가는 중이고 최근에는 해가 질 무렵 주황색과 파란색이 어렴풋이 공존하는 시간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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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in 2023 / SEOUL 2025

미국에 잠깐 있을 때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촌형이 데려간 언덕에서 내려다본 LA 다운타운의 사진은 미국에서 찍은 수천장의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그로부터 몇 년 뒤인 얼마전, 더 더워지기 전에 한강 나들이를 가다 본 노들섬 다리 위 서울 풍경은 짧은 시간만에 미국의 그 사진은 물론 그 때의 기억과 감정, 심지어 냄새마저도 떠오르게 했다.

DSC02555.jpg The Getty

사진의 힘은 참 대단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한 장의 사진만으로 그날의 감정이나 있었던 일들이 선명하게 떠오르곤 한다. 과거의 나는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거의 찍지도 않았다. 그런데 20대 초반, 유럽 여행을 하며 아이폰으로 남긴 몇 장의 사진을 지금 보면, 그 시절 억지로라도 셔터를 눌렀던 내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사진이 내게 처음으로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순간이 바로 그때였다.


특별한 능력이 생기다
EB3FCED6-A3D3-4757-A927-75DA32230D53.jpg Jazzyfact의 앨범 커버가 생각나서 찍은 사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생긴 특별한 능력이 있다. 어떤 사물을 보거나 장소에 가면 가끔 카메라 앵글처럼 보일 때가 있다. 특정 부분이 클로즈업되고 순간 사진으로 남겨지면서 보정한 후의 이미지를 상상하게된다. 그래서 가끔은 사진을 찍기도 전에 이 사진은 잘 나온 사진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카메라를 가진 분들이 대부분 그런건지 내 능력인지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좋은 능력인것만은 확실하다.


휴대폰으로도 괜찮다, 일단 찍자
IMG_7852.jpeg 아이폰으로 촬영한 성수동

요즘은 카메라가 좋아져서 괜찮다고 하지만 사실 카메라에 상관없이 모든 사진은 의미가 있다. 잘 나온 사진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으면 그 사진은 의미있는 사진이다. 그 순간에만 찍을 수 있는 사진도 있고, 우연히 찍힌 사진이 그 날의 최고의 사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진 찍는 습관을 가지면 더 많이,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

DSC06805.jpg 경주 월성교

새로 발견한 능력 덕분에 평소엔 지나쳤던 일상을 보다 자세히, 천천히 관찰하는 습관도 함께 생겼다. 그 중에서도 건축물들에 대한 관찰을 많이 하는데 비슷해 보이는 건물들이라도 창문의 모양, 입구의 구조, 지붕 활용 등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도로를 걷는 재미가 몇 배로 증가한다.


사진은 보정빨?
IMG_6344.PNG 가끔은 무채색으로

어느정도 동의하는 말이다. 아니, 9할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빛, 구도,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은 보정으로도 안된다. 반면에 햇빛이 잘 드는 날엔 어디서 어떻게 찍더라도 잘 나온다. 보정이 필요 없을 만큼 좋은 사진도 자주 나온다. 사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많이 찍다보면 감이 생긴다. 그리고 그 느낌이 오면 스스로 욕심이 생길 것이다. 그럼 동시에 열정이 생기고 재미가 생긴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지금부터 사소한 일상을 관찰해보시길 바랍니다. 시덥잖더라도 사진을 찍어보세요, 휴대폰도 괜찮습니다. 지루한 출근길도, 진빠지는 퇴근길도 어쩌면 그 사진 하나로 재밌어질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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