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만남도 필요할까?

굳이?

by 방감자
동네 친구

초,중,고를 거치며 '동네친구'라고 부르는 무리가 있다. 원래는 15명, 지금은 14명이 단톡방에 있는데 어릴땐 이들을 절친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이 무리 중 한 친구가 곧 결혼을 한다. 그래서 청첩장 모임 약속을 잡는데 '나가면 이런 대화하겠지? 이런 얘기하면서 술이나 먹겠지?' 상상하니 벌써부터 재미없고 불편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네에 같이 살았고, 합법적 성인이 되는 1월 1일에 술을 같이 먹었지만, 어느 하나 유익한 기억이 없다. 친구 관계에서 무슨 이익을 따지냐고 하겠지만 이익이 없는건 그렇다쳐도 손해만 보면 좀 그렇지 않나? 난 항상 이 무리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닥인 '친구 10' 정도였다. 내가 먼저 찾지 않으면 날 부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없지만 못 갈 것 같아

어릴 땐 이런 친구도 친구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지나온 세월도 있고 추억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쉬울 것 없는 요즘엔 내가 이 친구들이 필요없어졌다. 정확히는 다른 친구들이 더 많아졌다. 사회에 나와서 축구를 하는 친구들, 다른 고등학교 친구들 등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대체제가 많아졌다. 굳이 동네 친구라는 터울 안에 불편함을 느끼기엔 내가 아쉬울게 없어졌다.


그래서 이 친구들의 청첩장 모임을 가지 않기로 했다. 아마 어떻게든 둘러대긴 하겠지만 공식적인 선언이지 않을까 싶다. '난 너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라고, 카톡 단톡방은 알림을 꺼놓은지 오래고, 어느 순간 채팅창 목록에 보이는 것도 거슬려서 숨김처리까지 해놨다.


맞아, 사실 나 삐쳤어,

생각해보니 이렇게까지 불편해하고 안좋아한다고 느낀 계기가 있는데, 이 단톡방에서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축하한다고 한 두명씩 말하고 메시지 한 줄에 이모티콘정도 보내곤한다. 그리고 내 '진짜' 생일엔 아무 대화가 없었다. 그리고 몇 달 뒤인 최근, 청첩장을 주기로 한 친구가 내 생일을 축하한다는 핑계로 대화를 시작했고, 그 대화를 시작으로 다른 친구들도 내 가짜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그리곤 청첩장 모임 일정을 투표한다. 그 날은 2월, 내 생일은 7월이다. 알고보니 내 바뀐 번호를 삭제하지 않았고, 이전 번호의 지금 주인이 그 날 생일이었나보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느꼈다. 내 진짜 생일을 모르는건 당연하고, 가짜 생일을 핑계삼아 본인의 청접장 모임을 홍보하는 그 일이 나에게 이 관계의 마침표를 찍어줬다.


어쩌면 나는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식적으로 이들과 멀리할 수 있는 계기를, 공교롭게도 내 가짜 생일 덕분이었고, 나는 그 일에 감사한다. 나에게 친구 관계를 정의할 수 있게 만들어줬고, 그로써 더 높은 친구 커트라인을 만들어줬으니 말이다.


안녕

아마 그 친구들은 나를 이상하게 볼 것이다. 까다롭고 항상 삐져있는 그런 친구,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모를테고 앞으로도 몰랐으면 한다. 알아서 달라질 것 없지만 중요한건 내가 상관없다. 그냥 다른것이고 안맞는거니까 안보면 된다.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는건 가족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해주고 싶다. 나 찾지마라.


https://youtu.be/VXsK7wlNP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