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축구팀 이야기를 해볼게요

좋아하는 만큼 싫습니다.

by 방감자

서울에서 태어나 2002 월드컵을 보고 축구란걸 알게 되고, 박주영 선수의 데뷔를 보며 처음으로 응원하는 팀이 생겨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런데 이 맹목적인 사랑이 점점 시들어간다.

DSC04935.jpg 24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축구계는 물론 스포츠 역사에 남을 명언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말을 부정하고 싶어진다.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지만, 팀의 레전드에겐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야한다.


용병을 넘어 레전드였던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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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 오스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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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나, 데얀

FC서울 용병 중 레전드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팀의 황금기를 이끌고 경험한 선수들이자 어느 국내 선수들보다 팀의 애정이 강했고, 실력 역시 뛰어났다. 특히 아디, 몰리나 선수의 경우 K리그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되었다.


우상, 천재였던 선수

박주영

나의 우상이자 FC서울을 좋아하게된 계기인 박주영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한 데뷔 시즌을 보내며 역사상 최초로 만장일치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다. 초등학생 꼬맹이의 시선으로 볼 때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축구선수였을거다. 그 좋은 기억은 어떤 논란이 있을 때에도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원클럽맨, 영구결번 고요한

K리그는 물론 축구 역사 통틀어도 흔하지 않은 원클럽맨이다. 타 팀이 볼 때는 거친 플레이의 모습으로 비호감 선수로 낙인찍혔지만 우리편일 때는 한없이 든든하고 헌신적인 선수다. 신태용 감독 시절 국가대표 경기에서 콜롬비아와의 경기를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쌍용

이청용, 기성용

양박 쌍용의 그 쌍용이다. 박주영 선수와 마찬가지로 데뷔부터 큰 화제였고, 이는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두 선수가 활약할 시절은 서울팬이라는 자부심도 있었고 축구 자체도 너무 재밌었다.


하지만 이젠 모두 없다.

DSC04992.jpg 서울의 20주년

축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위 선수들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 하다. 그리고 이 선수들은 지금 아무도 FC서울에 남아있지 않다. 세월이 많이 지나 은퇴를 한 선수도, 예정인 선수도 있지만 마지막 커리어를 서울에서 보낸 선수는 잦은 부상으로 쫓겨나다시피 은퇴했던 고요한 선수가 유일하다.

DSC04976.jpg 상암 월드컵 경기장

황혼기에 접어든 선수는 팀에겐 골칫거리일 수 있다. 연봉은 높은데 실질적으로 경기장에서 도움이 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구단을 설득하기 어렵다.


감독의 성향도 여기에 곁들여지면 나이 많은 선수들은 눈엣가시 취급받기 일쑤다. 하지만 팀의 레전드는 물론 팀에 애정을 가진 선수들이 팀에서 나가는 과정을 보면 매번 쫓겨나다시피한다. 그렇게 성적이 떨어지고 선수는 또 방출된다. 그리고 다시 감독이 들어오고 또 다른 선수들이 영입된다. 이 과정이 20년 동안 반복됐다.


당신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DSC04985.jpg 응원석에 서있는 당신들에게

나는 경기장에 가면 응원석 근처에 안간다. 그 구역에 있는 사람들의 열정이 대부분 도움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의 반감이 심하다. 옷을 벗는다던가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해대는 모습은 결코 좋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골대 뒤에서 열정을 과시하던 무리들이 팬들을 대표한다고 소리치더니 뒤에선 구단과 유착관계를 가지며 여론을 만들었다.


기성용 선수의 은퇴가 아닌 이적 소식을 들었을 때 곪았던 상처가 터졌다. 좋아하던 선수들은 모두 구단 운영진 또는 감독들에게 학을 떼고 리그 내 타 팀으로 떠나 활약한다. 이적한 팀에서 행복한 모습을 볼 때 묘한 감정과 함께 내가 응원하는 구단을 쳐다보게 된다.


팬들의 불만에 구단이 내놓은 답은 항상 납득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떠난 선수를 두고 무슨 말이 위로가 될 수 있겠는가, 결국 불만을 잠재울 방법은 성적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팀의 운영과 성적을 보면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구단의 성적은 잦은 감독 교체로 이어지고, 선수단 구성도 함께 바뀐다. 결국 악순환이다. 팀은 언제나 적자 운영에 성적도 안나온다. 수도 구단이라는 이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이젠 가장 좋아하는 팀을 멀리할 때가 됐다. 경기를 보고 구단을 사랑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야하는데 오히려 받고 있다. 구단을 사랑하기에 그들을 지지할 수 없다. 나 하나 이런다고 바뀌는 것은 하나 없지만 이거 하나는 알았으면 좋겠다. 당신들은 특별하지 않다. 코치진, 선수들, 구단 운영진, 그리고 수호신들 모두 특별하지 않다. 모두가 하나로 모여 즐거움을 위해 달려가도 모자를 시간에 본인들의 안일하고 같잖은 열정으로 고립된 무인도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참 딱해서 글을 적는다.


부디 애정하는 팀을 망치지 말고 옳은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일반팬, 라이트팬의 사랑을 못 받는 구단은 썩기 마련이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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