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물운운, 각복귀기근

만물은 무성해졌다가 저마다 그 뿌리로 돌아온다.

by 하늘피리

사랑하는 동료를 잃었다. 단장(斷腸)의 슬픔이 이런 걸까. 내겐 동료 이상의 도반이자 때론 스승이었고 때론 친구였던 이였다. 작은 일도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던 그가 세상에서 사라졌기에, 어느 날 갑자기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았다.


끝을 알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에 휩싸여 눈물과 불면의 밤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설핏 잠이 들었던지 비몽사몽 간에 문득 꿈에서도 슬픔이 느껴졌다. 잠이 들었을 때도 꿈을 보고 슬픔을 느끼는 이건 도대체 뭘까?


현실은 나의 내면의 반영이다. 내가 불러온 현실에 울고 웃는 나를 보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어느 날엔, '파도는 네가 아니야'라고 음성인지 이미지인지 알 수 없는 느낌으로 가끔 내게 말을 걸기도 한다.



아, 나를 덮친 괴로움과 슬픔은 나의 근원과 연결이 끊어져서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파도에 그만 휩쓸리고 얼른 여기로 돌아오라는 근원의 손짓이었다.


어렵고 힘든 일들이 닥칠 때일수록 나의 근원으로부터의 손길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나의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그 무엇과 가까이 닿을 수 있다. 나의 변하지 않은 영원한 본질을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로움과 슬픔이라는 감정도 '나'라는 생각에서 말미암았다. 누구도 내 몸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빠져있을 땐 평화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 생각 또한 생각 이전의 자리에서 나왔으니, 생각이 나온 그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마땅하다.




망망대해 같았던 막막한 세상은 온통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어떤 삶이 펼쳐질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인연의 끝은 또 다른 인연의 시작으로 연결되리라. 닫힌 문을 뒤로하고 새롭게 열리는 공간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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