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폐, 유인의

대도가 무너지니 인의가 나타난다.

by 하늘피리


"대도가 무너지니, 인의가 나타난다.
총명함과 지혜가 나타나니, 거짓이 있다.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니, 효도와 자애가 생겨난다.
국가가 혼란스러우니, 충신이 나타난다."

도덕경 18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무릇 밤이 있으니 낮이 있고, 낮이 있으니 밤이 있다. 밤과 낮은 둘이 아닌 하나의 공간을 공유한다. 그러나 중심을 벗어난 에고란 녀석은 늘 분별과 차별을 일으킨다. 에고의 망상으로 인해 전체를 무시하고 부분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낮엔 밤을 잊고, 밤엔 낮을 잊어버린다. 낮과 밤이 둘이 아닌 한 몸인 줄 알면 서로에게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나, 낮과 밤을 구분 지음으로써 상대적인 분별의 늪에 빠져 서로를 괴롭히는 형국이다.


삼라만상은 생명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기에 모든 것들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이렇게 '저절로 그러한' 자연의 법칙인 근원적인 도를 따르지 않으면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논리가 힘을 얻게 된다.


노자의 말처럼 인의가 힘을 얻는 이유는 대도가 무너졌기 때문이고, 거짓이 생긴 이유는 지혜를 추구했기 때문이며, 효와 자애가 필요한 이유는 가족이 화목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충신이 나온 이유는 나라가 어지럽기 때문이다.


실상 도의 자리에서 보면 이것과 저것은 따로 없다. 이것이 저것이고, 저것이 이것이다. 오직 '가려서 택하는' 마음으로 인한 인과 의, 거짓, 효와 자애, 충신 같은 껍데기가 생겨난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때로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참 난처하고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던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도 떠올라 덜컥 겁이 났었다.


시간이 흘러 그때를 돌이켜보니 그때 아이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탓도 있지만,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기 바빠서 까닭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어떻게든 바꾸어 내가 원하는 아이로 만들겠다는 마음 자체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아이가 잘못될까 봐 두려워 내 마음에 올라오는 불안과 답답함, 속상함과 하나 되어 온전히 머물러 볼 용기가 없었다.

솔직히 거짓말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의 두려운 마음과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배짱도 없었다.


살다보니 삶엔 억지로 애를 써서 얻을 수 있는 답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날이 온다. 노력해서 얻은 것은 곧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그저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삶 속에 그저 풍덩 빠져 볼 일이다. 그 안에 삶의 모든 답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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