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힘

슬픔의 바다에서

by 하늘피리

다음 역이 내려야할 역인데, 배가 콕콕 찌르는 느낌이다. 여느 때 같으면 무시하고 억지로 다음 역까지 갔을텐데, 그냥 나의 몸의 감각을 따르고 싶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왈칵 슬픔이 몰려온다.


어제 대화모임에서 거의 말도 못하고 울고만 있던 아이 얼굴이 떠올랐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지. 참는 게 버릇이 되어 막상 해야할 말도 못 하고 울고만 있었던 여고생시절이 오버랩된다.


그 아이도 할 말이 홍수처럼 흘러넘쳐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해야할 지 모르겠단다.


여고시절,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폭포처럼 쏟아지던 눈물을 거쳐 들썩이던 어깨가 잦아들 때까지 내내 곁을 지켜준 선생님이 계셨다. 인생의 한 장면에서 그 한 분이 내 삶을 오롯이 버텨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어제의 나는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었던 그 한 사람처럼 존재로 함께 했던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썩은 감은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