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나도 깡패가 되는 거야!

by 이동민

곽철용이 언제 깡패가 되는가? 순정이 짓밟힐 때다.


영화 타짜(2006)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의 대사 하나, 장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그중 최고는 단연 곽철용(김응수 扮)일 텐데 극 중에서 그는 깡패다. 그것도 아주 무지막지한 깡패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를 '깡패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신사다운 사람도 깡패가 될 때가 있는데 바로 '순정이 짓밟힐 때'이다. 자신도 적금 넣고 4대 보험 가입해서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은데 '화란'이가 자꾸 깡패인 것 같은 자신의 겉모습만 보고 마음을 몰라주니 좌절을 겪지 않았겠나!






알버트 코헨Albert K. Cohen: 박탈된 지위가 비행의 원인이다.*


긴장의 구조적 속성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크게 머튼의 이론에 동조한다고 볼 수 있다. 머튼은 목표와 수단이 일치하지 않는 구조적 속성이 개인에게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범죄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코헨은 특히 이런 설명의 수준을 남자 학생에 대하여 맞췄는데, 남자 청소년 사이에 공유되는 특유한 하위문화가 범죄나 일탈의 원인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집단적으로 멀쩡한 것을 부수고, 집단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치고, 그리고 집단적으로 타인에게 폭행을 가하는 행위는 남자 청소년이 주체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학생의 지위는 중산층이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보통 교육을 경험하면서 학생의 지위를 취득한다. 하지만 그런 지위의 취득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준 이상의 학습 능력, 행동 양식, 의복 등의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 예컨대 '평균 이하라고 평가되는 옷'을 입고 등교하거나 '평균 이하의 반찬'을 싸서 등교하면 적당한 지위를 취득하지 못한다. '무상급식'에서 더 나아가 '무상교복'이 필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교양 있는 언어를 쓰지 못하면 박탈되는 지위


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것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구조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교육자는 전형적인 중류계층이고 교양 있고 추상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중류계층의 자녀는 자신이 집에서 사용하던 익숙한 언어(교양 있고 추상적인 언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하위계층의 학생, 특히 소년은 구체적 언어의 추상화에 실패하고 학생으로서의 지위가 박탈status deprivation된다. 지위 박탈은 지위 좌절status frustration을 겪게 하고, 이런 좌절은 반동을 형성reaction formation한다.






순정이 짓밟힌 아이들


결국 그들의 좌절된 지위는 교실의 규칙을 깨뜨리고 새로운 규칙을 만듦으로써 회복된다. 그들은 자주 학교 성적을 대단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오히려 교사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새로운 지위를 취득하게 된다. 머튼에 따르면 혁신형의 범죄행위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청소년 범죄는 그렇지 않다. 특히 남자아이들의 경우 경제적 이익보다는 또래의 동경을 얻기 위해 비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위는 코헨의 이론으로 더 적절하게 설명이 된다.





*Delinquent Boys, Albert Cohen, 1955


** 그런 점에서 무상급식 반대를 위해 시장의 직을 걸었던 사람이, 10년이 지난 현재 다시 시장이 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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