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훔치고, 다른 이는 때린다.

아이들마다 비행의 종류가 다양한 이유

by 이동민

학업성적이 낮으면 비행으로 이어진다.


알버트 코헨Albert Cohen은 학생이 학교에서의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학생의 지위를 박탈당한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되고(status deprivation), 지위가 박탈된 아이들은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좌절을 느끼게 된다(status frustration)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런 지위 좌절은 교사가 아닌 자신들이 스스로 세운 기준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회복되는데, 이런 코헨의 이론은 머튼의 이론보다 '비합리적 파괴행위'를 일삼는 청소년 비행을 설명하기에 더 적절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Richard Cloward and Lloyd Ohlin


리처드 클라워드Richard Cloward와 로이드 올린Lloyd Ohlin은 알버트 코헨의 그런 설명에 만족하지 않았다. 학업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많지만 그들이 일탈행위를 하는 모습은 다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똑같이 좋은 성적을 얻는 것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아이들은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반면, 다른 집단은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 클라워드와 올린은 '그들(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지만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아이들)은 지위 좌절을 겪지 않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학자로서 당연히 한 것이다. 클라워드와 올린의 결론에 따르자면 그들이 지위 좌절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처해진 학습 환경learning environments이 달라 다른 종류의 비행을 결정할 뿐이었다.**





Means and Goals Mechanism


클라워드와 올린은 큰 틀에서 머튼과 코헨의 이론을 따랐다. 즉, 아이들은 교실에서의 성공[goals; 일반적으로 높은 성적]과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태도[means; 수업태도, 사용 어휘, 교우관계 등]의 기준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교실의 원칙에 따라 적절한 성공을 이룰 수 없게 된다. 그럴 때 아노미[anomie;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상태에 빠지거나 또는 개인적으로 긴장[strain; 미시적으로 보았을 때]을 경험하게 된다.*** 학습에 대한 열망이 좌절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위신을 되찾을 수 있는 다른 수단과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머튼의 이론이나 코헨의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비행을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이론을 접목시킨다.






Delinquent Subculture


아직 소개하진 않았지만 범죄학의 거장 중 한 명인 에드윈 서덜랜드Edwin H. Sutherland는 '범죄는 학습되는 것'이라는 (지금 우리 현대인이 보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다. 우리 속담에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명제로 학계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다. 클라워드와 올린은 서덜랜드의 이론을 가져와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처한 학습 환경learning environments에 따라 범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적법한 학습 환경이나 정반대로 불법적인 학습 환경에 노출된다. 아이들은 이런 학습 환경에서 (적법한 활동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정의definition와 기술technique을 습득한다. 아이들은 그들이 습득한 정의와 기술에 따라 서로 다른 비행 하위문화deliquent subculture를 공유하는데, 클라워드와 올린은 비행 하위문화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Criminal Subculture

첫 번째 비행 하위문화는 범죄적 하위문화criminal subculture이다. 그들은 주로 절도, 강도, 사기와 같은 재산 범죄를 주로 저지르는 소년 갱단이다. 이들은 성공에 대한 열망이 존재하면서 적법한 수단이 박탈된 경우로 볼 수 있는데, 절도의 기술, 강도의 성공 사례 등을 학습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주로 취하고 싶어 한다. 머튼의 이론에 따를 때 혁신형innovation과 유사한 분류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인점포의 물건을 절도하는 청소년들이나, 진통제를 처방받아 마약과 같은 용도로 유통하는 조직이 여기에 해당한다(아이들이 벌써 이런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Conflic Subculture

두 번째 비행 하위문화는 갈등적 하위문화conflic subculture이다. 이들은 경제적 성공의 합법적, 불법적 수단이 모두 막혀 있기 때문에(정확히 말하자면 불법적인 편취의 기술에 대해 학습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사납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지위 좌절을 극복한다. 코헨의 지위 박탈 이론과 궤를 같이 하는데, 미국에서는 해체된 하위계층(슬럼가)의 자녀들 사이에서 주로 발견되는 하위문화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비행 청소년들은 범죄적 기술을 전수하는 하위문화가 막혀있기 때문에(즉, 범죄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어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부류의 하위문화를 공유한다.


Retreatist Subculture

세 번째 비행 하위문화는 은둔적 하위문화retreatist subculture이다. 이들은 수단이 적법하냐 불법하냐와 관계없이 학업적(내지 경제적) 목표를 성취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몰려다니면서 기존의 가치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행위를 하면서 새로운 지위를 취득하지도 못한다. 클라워드와 올린은 이 아이들을 이중의 실패자double failures로 칭했는데, 이들은 주로 마약이나 약물, 알코올이나 흡연 중독에 빠지게 된다. 머튼의 은둔형과 비슷한 유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잦은 알코올 섭취, 지나친 게임 중독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 Delinquent Boys, Albert Cohen, 1955


** Deliquency and Opportunity: A Theory of Delinquent Gangs, Richard Cloward and Lloyd Ohlin, 1960


*** 그런 이유로 대부분 범죄 원인론에서는 아노미 이론과 긴장 이론을 같이 묶어서 분석 수준(거시 대 미시)에서만 차이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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