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영원한 권력은 없다.
숙련노동과 미숙련 노동의 일자리 분화에 따른 구조적 실업Structural unemployment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근대사회까지만 하더라도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한 세대가 사는 기간을 앞지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있었고,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의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져 새로운 기술은 인간의 한 세대 안에서도 여러 번 출현하고 있다. 숙련공이었던 사람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 기술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 특히 추상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는 구체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예컨대 교사보다는 문선공)에게서 구조적 실업은 더 빨리 다가온다.
구조적 실업 못지않게 현대사회의 큰 문제는 자발적 실업Voluntary unemployment이다. 이는 앞서 말한 노동시장의 분화와 무관하지 않은데, 미숙련 또는 저 숙련의 노동자들은 그 조건에 맞는 낮은 임금을 받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실업 상태를 선택함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이다. 숙련자들은 숙련 그 자체가 주는 가치 및 숙련자 수의 적음으로 인해 높은 임금과 안정적 고용 상태가 유지됨에 반하여 미숙련(또는 저 숙련)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상태로 몰리게 되고, 그런 상황은 불만족스러운 고용 상태보다 안정적 실업 상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안정적 실업 상태에서는 더 강한 사회보장 제도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국가는 이런 구조적 실업 및 자발적 실업을 막기 위해(마찰적 실업이나 경기적 실업 등 다른 종류의 실업도 마찬가지이다) 엄청난 액수의 예산을 투입한다. 구조적 실업에는 주로 사회 서비스 형태의 지원이, 자발적 실업에는 금전 지급 형태의 지원이 이뤄진다. 예컨대 '내일 배움 카드'는 구조적 실업을 막기 위해, '내일 채움 공제'는 자발적 실업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이다. 그런데 각종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에는 이를 불법적으로 수령하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모의하여 존재하지 않는 근로관계를 만들고 불법으로 지원금을 수령해 분배하는 식이다.
그것보다 더 나쁜 행위가 존재한다. 자신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 덕분에 지급되는 것이니 일부를 나에게 달라'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사업주가 있다. '내일 채움 공제' 지원금을 임금에 포함시켜 '결과적으로 당신이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을 넘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사업주는 순한 맛에 속한다. '내일 채움 공제' 지원금이 있으니 받은 월급 중 일부를 돌려달라는 사업주도 있고, 심지어 월급이 전액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나오는데 그 월급의 일부를 돌려받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항소심에서 전부 승소한 사건의 상대방인 어린이집 원장도 국가가 전액 지급하는 어린이집 교사의 월급을 매월 10만 원씩 돌려받았다. 애초에 본인이 준 것도 아니니 '돌려받았다'라는 표현도 정확하진 않다.
권력은 소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큰 권력은 그럴지 모르지만 작은 권력은 도처에 존재한다. 남보다 높은 지위, 남에게 무언가는 지휘하는 위치, 남에게 받을 것이 있는 사람은 모두 권력자이다. 인간은 자그마한 권력이라도 잡으면 그것을 놓지 않고, 그 권력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착복한다. 자본이 최우선이라고 떠받들어지는 사회에서 '안정된 고용' 상태를 결정할 수 있는 것보다 큰 권력은 없다. 그리고 그 권력을 이용해서 남을 착취하는 자들은 마치 그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런 권력을 부수고 싶어 하는 반항아가 있는 한 편안한 잠을 자기는 틀렸을 것이다.
내일 채움 공제를 비롯한 정부 지원금을 돌려달라는 사업자가 있다면 금액의 다과(多寡)를 떠나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어린이집 원장이 월급의 일정 부분을 돌려달라는 일을 겪으신 분은 반드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