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주 우연히 알바몬 '노무상담' 게시판을 보다가 사람들이 생각보다 노동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깨달음은 대답을 해주려고 보니 나도 노동법을 참 많이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노동법을 전문으로 다룬다고 해도 자주 다루지 않는 부분은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노동법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물론 변호사들이 다룰만한 굵직한 사건에서는 아니지만, 노동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사업장이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하느냐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하면 꽤 많은 노동법(정확하게는 근로기준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은 모든 법령이 적용되고, 예외적으로 일부 규정이 적용 배제되는 것이기에 예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규정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물론 배제되는 모든 규정을 나열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중요한 규정을 나열한다. 그리고 우리 법령은 일본어 번역체 및 긴 문장이 특징이므로 적절하게 우리말에 맞게 바꿔서 올려본다.
근로기준법 제19조 제2항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른 이유로) 근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근로자는 이를 노동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다. 또한 근로계약이 해제되었다면 사용자는 취업을 목적으로 거주를 변경하는 근로자에게 귀향 여비를 지급하여야 한다.
이 조항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이 되는데, 이 조항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5인 이상 사업장이 해당 조문을 모르기 때문에 중요하다. 실제 근무여건이 채용 시의 근로조건과 맞지 않다면 노동자는 사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거주지가 변경된 경우 귀향 여비까지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제23조 제1항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인지에 따라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해당 조문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또한 제24조와 제25조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및 해고한 근로자의 우선 재고용에 관한 규정이기 때문에 이것도 당연히 적용되지 않는다.
제27조 제1항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서면으로 하지 않는다면 효력이 없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은 굳이 서면으로 해고통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해고의 예고는 사업장의 규모를 막론하고 30일 전에 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할 수는 있지만 해고는 30일 전에 통지하여야 한다. 여기에도 예외는 존재하는데, 노동자가 일한 기간이 3개월이 되지 않았거나, 노동자가 고의로 사업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등에 해당하면 즉시 해고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가 해고예고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한 기간이 3개월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46조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도 간과하기 쉬운 조항이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는 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데 이것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음식점에서 위생상태 불량이나 청소년에 대한 주류제공 등으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급식업체가 납품하는 학교의 (코로나로 인한) 휴교명령으로 인하여 다른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도 휴업을 하였다면 휴업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물론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되는 조항은 아니다.
제50조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기본(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평균하여 1주 40시간을 기본으로 한다)으로, 사업주와 노동자가 합의하면 1주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제53조)고 규정하였다. 그러니까 주별 평균은 52시간(40시간 + 12시간)이고, 특정 주는 최대 64시간(탄력근로 52시간 + 12시간)까지, 이에 더하여 30인 미만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주별 평균 60시간, 특정 주 최대 72시간까지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이 조항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제55조 제2항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특정한 근로일로 대체할 수 있다.
대부분의 5인 미만 사업장은 급여를 시간급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5인 이상 사업장은 '공무소가 쉬는 날(각종 국경일과 명절 및 종교적 기념일)' 유급으로 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국경일에 유급으로 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다만 주휴일에 따른 주휴수당 규정은 적용된다(같은 조 제1항이 주휴수당 규정이다).
제56조 사용자는 연장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더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휴일에 근로하였다면 8시간 이내는 100분의 50을 8시간 초과하면 100분의 100을 더하여 지급한다. 또한 야간근로(2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로 100분의 50 이상을 더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편의점이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불만으로 생각하는 조항이다. 대부분의 편의점이나 PC방은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연장, 야간, 휴일 근무에도 가산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제60조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근로자가 3년 이상 계속 근로하였다면 기본 15일에 근로기간 2년 당 1일을 더하여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유급휴가는 최대 25일까지로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의 특성상 연차휴가가 제공되기 쉽지 않다. 또한 앞서 말한 것과 같이 5인 미만 사업장은 보통 일급제 또는 시간급제이기 때문에 연차휴가의 제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연차휴가에 관한 제61조(연차 유급휴가의 사용 촉진), 제62조(유급휴가의 대체) 규정도 당연 적용되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제73조의 생리휴가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76조의2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2019년 신설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의 조치 등도 규정되어 있는데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조치 등도 당연 배제된다. 사실상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괴롭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적용 필요성은 낮은 편이다.
여기에 없는 근로조건의 명시, 휴게(4시간에 30분), 출산휴가, 육아휴직, 퇴직금, 최저임금, 주휴수당, 해고예고(다만 채용된 지 3개월 미만은 적용되지 않음) 조항 등은 사업장의 규모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중요한 몇 가지 사항이 적용배제되니 내 사업장이 5인 미만인지 5인 이상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