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는 왜 너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을까.
작업 중에 손이 부러졌어요.
흔들리는 건 각목으로 조절하면 돼.
병원 치료받게 해 주세요.
손이 부러졌으니 이제 출근하지 말게.
원고가 어떤 이유로 우리나라에 왔는지 대리인은 알지 못합니다. 아마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며 온 것은 아닐 겁니다. 이미 스리랑카에서 온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원고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고 원고도 그런 경험담을 한둘쯤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인간답지 못한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여기 대한민국에 왔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겐 그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할 권리가 없습니다.
이제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습니다. 민족주의의 아집에 빠져 다른 민족 사람은 마치 기계와 같이 취급해도 된다는 생각은 버릴 때가 됐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답지 않은 취급을 받았던 원고의 과거를 일부나마 위자 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이와 비슷한 사건의 맨 앞에 놓여 제2의 원고가 언젠가는 없어질 수 있도록 인본주의적인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2017. 5. 16. 준비서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