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노동법

월급을 6개월 후에 준답니다.

그런데 그나마도 그전에 그만두면 안 준답니다.

by 이동민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에 영향을 준 지 이제 만으로 2년이 넘었다. 코로나는 단순한 바이러스였지만, 우리에게는 바이러스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겼고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를 내줬다. 우리가 앞으로 다뤄야 할 많은 숙제 중 내가 단연 1위로 꼽는 것은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이다.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고 위기라는 것이 매우 소수의 사람에게 간헐적으로 일어날 때는 인간의 본성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은 제도와 제도를 내면화한 것으로 착각한 개인의 이성을 통해 해결된다. 하지만 모두에게 동일한 정도의 위기가 동시에 닥쳤을 때에는 이기심이 룰을 앞선다. 이기심의 발로로 일어난 '사소한' 사건은 '위기니까 그럴 수 있지'라는 자기변명과 타인의 무관심에 의해 정당화된다. 그리고 그 일은 코로나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보건계에서도 일어났다.




내일부터 코로나 관련 업무를 배정받게 될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다가 2020년 2월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전파되었다. 그 중심에 신천지와 대구가 있었고 대구 대학병원의 간호사들은 그 최전선에서 싸우는 투사가 됐다. 동산병원은 코로나 중증환자를 전담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코로나 관련 인력이 부족하자 병동에 있는 인력들을 강제로 코로나 근무지로 동원했다. 그 과정에서 간호사들의 동의는 없었다. 동산병원의 병동 간호사들은 아직 정체불명이던 미확인 바이러스와 매일 접촉할 운명이 되었다.




월급을 6개월 후에 준대요. 그나마도 도중에 그만두면 안 주고요.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정당하게 일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니. 그것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병원이 말이다. 동산병원은 코로나 파견 근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것을 간호사들에게 약속했다. 근무지를 위험도에 따라 A, B, C, D 등으로 나누고 위험도가 높은 곳일수록 높은 일당을 지급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위험도에서 일한 날짜를 곱해 파견수당을 지급했다. 그런데 파견수당을 6개월 후에 지급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비정기적인 급여이기 때문에 1개월이 넘는 기간에 지급해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었으나, 파견 근무를 실제로 했지만 수당을 지급하기 전에 그만둔 인력에게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것이니까 승소할 수 있을 겁니다.


병동에서 일한 한 간호사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그분은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지급명령 신청을 했다. 하지만 대학교 측은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고, 지급명령으로 끝날 줄 알았던 절차는 정식 소송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그리고 정식 소송으로 전환되자 법률구조공단도 손을 뗐다. 소장은 작성해드렸으니 재판 출석은 '알아서' 하시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고용노동부도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지급하기로 근로자와 약정을 한 임금이 아니기 때문에 지급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사실상 '비공식적' 유권해석을 해버린 것이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그분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1심부터 지금 항소심까지 내가 내 돈을 들여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분의 일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듯, 내 일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말이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1심 판결은 무책임하고 무성의했다. 소액사건이기에 판결 이유도 기재하지 않았다. 소액 사건에는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졌지만, 그래서 '법을 어긴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내겐 모든 것이 불합리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소송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들여 항소 제기를 했다. 최소한 이유라도 알고 싶다.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가를 주지 않는 이유를. 그리고 그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재판부의 생각도 알고 싶었다. 항소심은 지지부진하게 진행 중이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1차 변론기일도 열리지 않았다. 나는 작은 목소리지만 분명하게 묻고 싶다.


당신,
당신이 일한 대가를 6개월 후에 지급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을 것인가?
1년 후에 지급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을 것인가?
그 사이에 그만두면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 판결은 법과 상식의 범위 안에서 내려져야 한다. 나는 사법부가 합리적인 대답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합리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서 나는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이 일을 계속한다. 그러니 큰돈 못 번다고 조롱하지 마시라. 당신이 생각하는 가치와 내 가치는 다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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