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슴체는 잘못된 인터넷 문화이다.

면전에서 못하는 말은 인터넷에서도 하지 말라.

by 이동민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는 익명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 익명성 뒤에 숨어있는 '음슴체'라는 문체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음슴체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기능 및 용도를 가지고 있고 이를 인터넷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용도와 높임법 상의 지위를 알고 써야 서로에게도 오해가 없기 때문에, 대단하지 않은 짧은 글로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글을 쓰는 목적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음슴체'라는 문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 문체법을 인터넷에 당연한 문화라 생각하면서 사용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이 문체법을 처음 보는 순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반응의 차이는 일명 '음슴체'라는 문체법 자체가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것으로, 일명 근본 없는 문체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학자 중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찰하거나 연구하지 않아 정확한 용법, 기능이 정의 내려지지 않은 탓이 크다. 나는 기존의 문체법의 연구 및 국립국어원의 질의응답 결과 등을 토대로 음슴체의 기원, 용법, 기능 등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




2. 음슴체의 기원


음슴체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다. 인터넷 문화가 널리 퍼지게 되면서 익명성 및 신속성, 간결성의 확대가 동반되었고 이로 인해 새로운 인터넷 문화가 많이 창조되었는데 이 중 하나가 음슴체인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바이트 수를 줄이기 위함인지 아니면 익명성의 확대로 더 이상 인터넷 공간에서는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의 만연에서인지 정확하지는 않으나 이런 문체법이 인터넷을 통해 먼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개조식(個條式) 표기를 음슴체의 기원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개조식은 군대 내 서류나 공문서에 주로 사용되는 비표준 표기로 중요한 사항을 글 앞 번호를 기준으로 나열하는 형태의 문체이다. 개조식 표기와 음슴체의 종결 어미는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개조식 표기가 음슴체의 기원일 가능성은 낮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개조식 표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글 앞 번호이지 명사형 종결이 아니다. 명사형 종결은 간결한 정보 전달을 위한 사족의 제거에 불과하다. 그리고 개조식 표기의 명사형 종결도 사용을 자제해야 할 비표준 표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음슴체를 처음 사용한 곳이 어디냐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D사이트가 처음이라는 설, N사이트가 최초라는 설 등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문체법을 사용한 곳이 유력한 설 중 어느 곳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이트들이 다른 사이트에 비해 익명성이 널리 확보된 공간이고 이로 인해 욕설 및 비속어 등의 사용 빈도가 높은 사이트다.




3. 음슴체의 정의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음슴체가 연구나 고찰을 통해 다듬어진 문체가 아니라 근본 없는 문체이기 때문에 '어떤 말을 사용해야 음슴체를 쓴다'라는 것조차 정의하기 힘든 상태이다. 하지만 대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대부분의 문장이 명사 전성 어미 '-(으)ㅁ'을 사용하여 명사형으로 종결된다.
(2) 음슴체의 이름과 달리 '슴'으로 마치는 종결형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음슴체의 이름은 '애인이 음슴(없음)으로 음슴체'라는 사용례 등을 고려할 때 언어유희적 목적에 의해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위의 두 특징 외에는 이렇다 할 공통적인 특징을 찾을 수 없다.




4. 높임법상 지위


이렇다 할 특징도 근본도 없는 문체법이기 때문에 높임법 상의 지위 또한 부여하기 매우 어렵다. 다만, 인터넷에서 음슴체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문장 구조 및 의도를 고려할 때 대부분의 문장이 해라체의 평서형 종결어미 '-다'의 변형임을 알 수 있다.


(1) '~ 같지 않은가 봄' - '같지 않은가 보다'의 명사형 종결
(2) '~ 구하고자 함' - '구하고자 한다'의 명사형 종결
(3) '~ 불편함이 없음' - '불편함이 없다'의 변형


해라체는 상대 높임법의 하나로 상대방을 아주 낮출 때 사용하는 높임법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반말로 알고 사용하는 문체보다 상대를 더 낮출 때 사용하는 문체이다. 반말은 두루낮춤의 해체를 일컫는 말이고, 해라체는 아주 낮춤으로 상대방보다 높은 지위에서 쓰는 말이다. 다음의 사례로 이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4) 반말(해체; 두루낮춤): 엄마 밥 좀 줘.
(5) 해라체(아주 낮춤): 엄마 밥을 해라.




5. 결론


음슴체는 어떤 경우에서도 적절한 표기 방식이 될 수 없다. 문어체에서 음슴체는 비문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어떤 책도 비문으로 문장을 구성하지 않는다. 댓글과 같은 대화의 목적에서도 음슴체는 환영받을 수 없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음슴체는 반말보다 상대를 더 하대하는 문체이기 때문에 아주 친한 사이라면 모를까 면식도 없는 사이에서 쓸 수 있는 문체법이 아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많은 사이트에서 음슴체는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음슴체의 사용이 묵시적으로 용인되어 있고 반말 내지는 해라체의 사용까지 허락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질 낮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아니라면 처음 보는 상대에게 높임말을 쓰는 것은 기본 상식 중의 상식이며 '난 기분 안 나쁘니까 너도 써.'라고 하는 말은 '나 반말할게. 너도 해.'라고 하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의 예의범절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현실 세계에서 눈 마주치고 못 할 행동은 인터넷에서도 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임을 명심하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