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2. 저는 대구참여연대 법률대리인으로 홍준표 시장을 또 고발했습니다. 저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으니 두 번이나 제가 홍준표 시장을 고발했습니다. 영천 살면서 이게 무슨 오지랖인가 싶지만 영천도 대구 생활권이고, 대구지방법원이 영천을 관할하는 법원이니까 좀 과하게 나대더라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봤습니다.
홍준표는 대구TV라는 대구광역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자신의 홍보수단으로 삼았습니다. 대구TV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면 대구에 관한 홍보는 없고, 온통 홍준표 개인에 대한 홍보밖에 없었습니다. "없었다"라고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제가 고발을 하고 난 후인 2023. 3. 7. 대구TV는 제가 고발한 영상 전체를 삭제하였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대구TV는 아주 깨끗해졌습니다. 홍준표의 얼굴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홍준표 개인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홍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고 직을 내려놓기를 바라지만 지금 정권이 하는 일들을 보니 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음날인 2023. 2. 23. 대구참여연대의 정기총회가 있었습니다. 사무처장이 꼭 참석해 달라고 부탁을 해서 저녁 7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기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처음 참석한 참여연대 정기총회는 한마디로 '사람 사는 곳' 같았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지역 공동체를 바르게 만들기 위해 서로의 시간을 기꺼이 내는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었습니다. 몇 년 만에 참 다른 종류의 행복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이나 참여연대 숙원 과제인 홍준표 고발을 하다 보니 '일반회원' 주제에 총회에서 간단한 인사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천에서 10년 동안 노동사건을 주로 했습니다. 무변촌 야생에 있다 보니 10년이라고 해도 여기 계신 변호사님들은 한 분도 모릅니다. 야생이 너무 추워서 참여연대에 왔습니다. 추워서 온 것이니 따뜻하게 맞이해 주세요."
이것보다 훨씬 길게 주절주절 이야기를 했는데, 한 달이 지나니 기억나는 말은 저것뿐입니다. 공교롭게도 저를 중심으로 양 옆에 세 자리씩 참여연대 회원인 변호사들이 앉았습니다. 그들은 전부 대구의 인권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전설들이었습니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대리하여 대법원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최봉태 변호사는 그냥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아우라가 비쳤습니다.
총회를 마치고 뒤풀이는 바보주막에서 진행됐습니다. 갈길이 멀어서 뒤풀이는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살아있는 전설들이 '이동민'은 꼭 참석하라고 해서 빠질 수 없었습니다. 공교롭게 또 최봉태 변호사 앞에 앉아서 그의 전설 같은 스토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이제 스스로를 '소송 무능력자'라고 부르는 모습이 그의 아우라를 더 눈부시게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 법조계에 할 일을 마치고 인생에 대해 초연한 태도를 갖는 그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바보같이 입 벌리고 전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나 봅니다. 옆에 앉아 있던 고등학교 역사 선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사람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선생이나 변호사나 말로 먹고살잖아요. TV 보면 변호사들 말을 참 잘하던데 변호사님 보니까 다 그렇지는 않은가 봐요?"
전설들이 칭찬을 하기에 겸손만 떨고 있었더니 깜빡이도 없이 저런 말이 들어왔습니다. 정말 믿기지 않겠지만 문자 그대로 저렇게 말했습니다. 취하신 분이니 (운전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은 제가 참았어야 했는데 성격이 이런지라 꾹 참지는 못하고 말했습니다.
"선생님. 말을 잘하는 것과 많이 하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까."
덧. 한 달이 지난 지금 윤석열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라는 해법을 들고 나왔습니다. 최봉태 변호사가 한평생을 바쳐 승소한 사건은 무엇이 되겠습니까. 당신은 평생 법조계에 무슨 의미 있는 일을 하였기에 역사책에 남을만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무위로 돌린단 말입니까. 탄핵 사유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