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지급의 4대 원칙(1)
임금은 대부분 미리 제공한 노동에 대하여 보류되었던 대가를 일시에 지급하는 형태를 취한다. 노동자가 매분 매초 일할 때마다 그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유보된 임금은 일정한 시기에 지급되는데 당일 종료된 노동에 대한 대가는 일급(현장에서는 일당으로 주로 불린다), 해당 주에 대한 대가는 주급, 1개월까지 유보된 대가를 월급이라고 한다. 후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연봉은 지급형태가 아니라 책정의 형태이다. 즉, 연봉으로 책정하더라도 최대 월 단위까지만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임금이 이미 제공된 노동에 대한 유보적 보상이기 때문에 임금은 노동자의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어길 수 없는 4개의 원칙에 구속된다.
그중 첫 번째 원칙은 임금은 통화로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통화라는 것은 국내에서 강제통용력이 있는 화폐를 말한다. 현재는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모습은 많이 사라졌고, 미리 정해진 은행 계좌에 임금 상당액을 입금하는 방법으로 변화되었다. 따라서 국내에서 강제통용력이 없는 외화를 지급하는 것은 이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화폐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더라도 사용처가 한정되어 있는 상품권, 회원권, 어음 등의 유가증권으로 지급하는 것도 금지된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일체의 유가증권을 지급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지급한 유가증권은 임금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중 은행이 발행한 자기앞수표는 지급이 은행에 의해 보증되어 있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통화로 지급한 것으로 본다.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채권을 노동자에게 임금 대신 양도하는 행위는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 된다. 쉽게 말해서 "거래처에서 못 받은 돈이 있는데 이주임이 이번에 월급 대신에 거래처에 못 받은 돈 그거 받아서 가져가."라고 하는 행위가 임금 지급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1308 판결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 지급에 갈음하여 사용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근로자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약정은 그 전부가 무효'라고 하였다. 민법은 '지급에 갈음하여'와 '지급을 위하여'를 다르게 본다.
쉬운 설명을 위해 월급이 200만 원인 노동자가 있고, 사장이 거래처로부터 못 받은 돈도 200만 원이라고 가상의 사례를 만들어보자. '지급에 갈음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200만 원의 채권을 양도하기만 하면 노동자는 제3채무자의 변제여부와 관계없이 사용자에게 어떤 월급도 청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급을 위하여' 채권을 양도하면 노동자가 제3자로부터 못 받은 돈 전액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지급에 갈음하여' 한 채권양도의 합의는 무효이고, 그 무효행위는 무효행위 전환 법리에 따라 '지급을 위하여' 한 채권양도로 본다고 판단하였다. 노동자는 위 판결 결과에 따라 제3채무자로부터 못 받은 임금 전액(퇴직금)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