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에게 보내는 질문(2)

by 이동민

법은 일반적·추상적 규범임에 반하여 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예외 없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입니다. 따라서 사법은 개별적·구체적 사안을 일반적·추상적인 규범에 포섭시키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법원(法源)이 되는 규범을 대전제로, 사실관계를 소전제로 본다면 결론은 연역적으로 도출됩니다. 따라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사실이 규범에 포섭된다면 결론은 오류의 가능성이 낮습니다.


하지만 종전 대법원 판례의 사실관계(A)와 해당 사안의 사실관계(A′)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대법원 판례와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그것은 언제나 유추입니다. 유추는 오류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유추에 따르면 A′과 유사한 A″도 논리적으로 같은 결론이 나오고, A″과 유사한 A‴도 같은 결론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유추가 무한히 확장되면 결국 성질이 전혀 다른 B도 A와 같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법률가는 언제나 상식과 논리로 주장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헌법이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식이 체화된 것이 법률이라면 양심은 인류애를 겸한 논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식과 법률이 시민으로부터 상향적으로 형성되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법원(法源)이라면 논리와 양심은 법률가가 그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해석론입니다. 따라서 훌륭한 법률가라면 해당 사안과 가장 비슷한 사례를 찾아 기존의 해석론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해당 테제(These)에 내재되어 있는 안티테제(Anti-These)를 파악하여 새로운 해석론(Synthese)을 탄생시켜야 마땅합니다. 그런 법률가의 작업이야말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핵심적인 역할이자 역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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