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에게 보내는 질문(3)

by 이동민

노동법의 특성상 사적자치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나, 일반 민사법의 영역보다는 강행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훨씬 많은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노동계약의 체결, 임금 수준의 결정, 휴게시간 및 휴무일의 결정 등은 사업자가 그 조건을 청약하면 노동자가 그것을 승낙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양 당사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다른 민사법적 법률관계와 유사한 모습입니다.


반대로 임금의 최저기준, 휴게의 최저기준, 휴무일의 최저기준 등 노동자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노동기준의 하한선은 모두 강행규정으로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계약은 무효입니다. 또한 어떤 계약이 노동관계를 형성하는지,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인지, 평균임금의 범위, 징계의 정당성은 아무리 노동당사자 사이의 의견이 합치된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표시의 외형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4대 보험을 가입시키지 않고 노동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노동관계인 사이에 노동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을 명시적으로 표현하였다는 등)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종속관계에 있다면 노동법이 적용되는 것은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노동자에게 직·간접적으로 강요된 의사표시를 하도록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임금과 노동조건의 최저선, 그리고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탈법적 요소가 있는 부분에서는 강행규정과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한 법적 해석이 우선되고, 임금과 노동조건의 하한을 넘는 부분에서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자유로운 의사가 그리고 그 의사에 대한 해석이 우선적으로 적용됩니다. 이 두 영역은 본질이 다른 것으로 서로 바꾸어 원칙을 적용하거나 비슷한 사항을 유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피고는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두 성격의 영역을 반대로 적용하였습니다. 통상임금의 포섭 범위는 당사자의 의사보다 객관적 성질에 따른 임금의 실질적 성격을 파악해야 하고, 임금이나 노동조건의 하한을 상회하는 부분은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피고의 주장은 이를 정반대로 적용한 잘못이 있습니다.




앞에서 이미 주장한 것과 같이 통상임금의 포섭은 그 임금의 명목이나 지급조건 또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갖는 소정근로의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등 그 임금이 갖는 객관적 성질에 따라 결정되어야 합니다. 만약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가 그런 객관적 성질에 우선된다면, 법원이 통상임금이라고 하는 개념의 법적 해석을 할 필요가 거의 없어집니다.

피고가 주장하는 대로 대법원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모든 법원이 통상임금의 포섭에 대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적용한다면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사용자는 채용에 있어서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여 기본급을 허용하는 한의 최저선으로 낮추고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으로 최저임금의 부족분을 메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여 중도 퇴사자에게 임금의 매우 적은 부분만을 지급하고, 제한 없이 휴일·연장·야간근로를 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이런 걱정은 기우도 아니고 허황된 망상도 아닙니다. 실제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 대부분의 기업은 앞 다투어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을 부여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기업의 노동자들이 ‘재직자 조건’이 그 자체로 부당하거나 통상임금을 줄이려는 목적만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탈법적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해왔습니다. 이런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보다 훨씬 더 노동자의 지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법적 해석론을 열어준다면 우리 사회의 시계는 법률가에 의해 거꾸로 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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