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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동법

1일 1 노동법 - 16

임금지급의 4대 원칙(3)

by 이동민

전액지급의 원칙


임금은 노동자에게 전액 지급되어야 한다. 1회기에 노동에 대한 대가 전체를 지불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지급하여도 회기에 해당하는 돈은 전액 다 지급하여야 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월급이 300만 원이라면 한 달 특정일에 300만 원 전체를 지급하여도 되고, 두 번에 나누어서 150만 원씩 지급해도 되지만 그중 일부를 유예하여 다음 달에 지급해서는 안된다. 임금은 그 전체 액수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이 간단한 원칙도 관련된 문제가 제법 존재한다. 전액지급의 원칙과 관련된 문제는 원천징수, 손해배상이나 그 예정, 전차금, 강제 저금 등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원천징수


임금을 전액 지급하여야 한다면 '아르바이트*도 최저임금(2023년 기준 9620원)에 일한 시간을 곱한 금액만큼 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의외로 이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도 잘 없고 시중에 나온 교양서적에도 이 내용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아르바이트라고 하더라도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다면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리고 4대 보험 중 노동자 부담비율과 소득세는 책정된 임금은 제외하고 지급할 수 있다(물론 최저임금에서 원천징수액을 제한 금액보다 많이 줘도 된다).


소득세 원천징수 부분은 '소득세법'에 따라, 준(準) 조세의 성격을 가지는 4대 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미리 공제한 후에 지급된다. 이렇게 지급 전에 미리 빼는 돈이 임금 전액지급 원칙의 전형적인 예외가 된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법 제77조 제3항은 '사용자는 보수월액보험료 중 직장가입자가 부담하여야 하는 그 달의 보험료액을 그 보수에서 공제하여 납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전액지급의 예외를 인정한다. 4대 보험을 들지 않아도 괜찮은지,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괜찮은지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칙적으로는 가입하고 세금도 내야 하지만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는 것이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유리'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서로 합의 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손해배상이나 그 예정(근로기준법 제20조)


노동자의 실수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때, 노동자는 당연히 회사에 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손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임금과 상계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해서 냄비를 태우고 접시를 깬 값을 월급에서 빼고 줄 수는 없다는 뜻이다. '대법원 1976. 9. 28. 선고 75다1768 판결(손해배상)'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권과 임금 채권은 상계할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고, 그 근거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구 근로기준법 제36조 법률 제02708호로 일부 개정)을 들었다.


더 나아가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이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결근 시 하루에 5만 원을 위약금으로 낸다든지, 퇴직 1개월 전에 미리 통지하지 않을 시 소정의 금액을 낸다는 식의 계약은 그 자체로 효력이 없다. 따라서 무단결근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회사는 '미리 정한 금액'이 아니라 '실제로 회사에 발생한 손해액'을 입증하여야 그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손해액을 임금에서 차감할 수는 없다.




전차금(前借金; 근로기준법 제21조)


전차금이란 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회사로부터 빌린 돈을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은 제21조에서 '사용자는 전차금이나 그 밖에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채권과 임금을 상계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실질적으로 수령하는 임금액을 어느 정도 보호하고 있다. 전차금은 노동을 강제하고 실질적 수령액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차금은 그 자체로 불법이거나 임금과 상계할 수 없다. 우리 대법원도 '대법원 1990. 5. 8. 선고 88다카26413 판결(퇴직금 등)'을 통해 대출금 채권을 퇴직금과 상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그 근거 또한 근로기준법 제21조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이다.




노동자의 자유의사에 터 잡은 상계


앞서 본 것처럼 대출금이든 손해배상금이든 노동자의 임금과 상계할 수 없다. 다만 노동자가 직·간접적인 강요나 강압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의사로 임금과 다른 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시 말해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과 다른 채권을 상계할 수는 없지만 노동자가 원하면 임금과 다른 채권을 상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법률적으로 말하자면 상계를 원하는 자가 가지고 있는 채권을 자동채권, 상계를 당하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채권을 수동채권이라고 하는데, 임금은 수동채권이 될 수 없지만 자동채권이 될 수는 있다. 다만 노동자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자유의사를 가졌는지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된다. 회사가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퇴직금)을 살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A는 온산농협에서 근무하던 자이다. A는 온산농협의 출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대출한도 규정(1인당 300만 원)을 위반하여 B 등 5명에게 500만 원씩 대출을 승인하였고, B 등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여 온산농협은 약 3천만 원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 약 7년 후 A는 퇴직을 하게 되었고, A의 퇴직금은 약 1억 원이었다. 온산농협은 우선 1억 원을 A의 계좌에 입금하였다가 손해액 3천만 원을 바로 인출하였다.

A는 온산농협 직원이 인출전표를 위조하여 A의 동의 없이 3천만 원을 인출하였으므로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위반하였다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A가 전표를 위조하였다는 직원 C를 고소하였지만, C는 사문서위조죄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받았고, 오히려 C가 A를 상대로 무고죄로 고소하여 A가 구속된 점'을 보았을 때, A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상계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계산착오 등으로 인한 상계


원칙적으로 임금은 수동채권이 될 수 없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대법원은 '계산착오 등으로 인한 상계', 이른바 조정적 상계를 허용하고 있다. 조정적 상계란, 임금이 착오 등으로 인해서 초과 지급되었을 때, 회사가 이를 빨리 알아차리고 초과 지급된 부분을 다음에 지급할 임금(또는 퇴직금)에서 조정(빼는 것)하는 것을 말한다. 이 판단은 법률에 근거가 없고, 그 논리도 완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계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착오로 지급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진정한 의미의 착오로 과지급한 경우는 거의 없고, 퇴직금과 관련한 문제에서 조정적 상계 여부가 논의된다.


노동자의 동의 없이 퇴직금을 해마다 또는 1개월마다 정산하는 것은 무효이다. 따라서 월급 중에서 일정 부분을 퇴직금의 명목으로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런 명목으로 지급된 돈은 퇴직금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회사는 여전히 노동자에 대해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퇴직금 명목으로 노동자가 매월 수령한 돈도 근거가 없는 것이므로 회사에 반환하여야 하는 부당이득이다. 그러니까 회사는 노동자를 상대로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이렇게 매월 지급된 '퇴직금 명목'의 부당이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실제로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에서 상계(1/2을 한도로 하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아르바이트(part-time job)가 무엇인지는 국내법상 그 개념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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