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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동법

1일 1 노동법 - 17

임금 지급의 4대 원칙(4)

by 이동민

정기지급의 원칙


임금 지급의 4대 원칙 중 마지막 원칙은 정기지급의 원칙이다. 정기지급의 원칙이란 임금을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에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4대 원칙 중 앞의 세 원칙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그리고 마지막 원칙인 정기지급의 원칙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다. 앞의 세 원칙은 제1항에, 마지막 원칙은 굳이 항을 바꿔가며 제2항에 넣은 이유가 따로 있을까? 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나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항에 모든 조문을 넣으면 너무 길어서 두 개의 항으로 나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제2항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인천지방법원 2013. 1. 25. 선고 2012노2976 판결


A는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신용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사용자의 신분에 있던 자이다. A가 이사장으로 재직한 신용협동조합의 모든 직원은 월급을 매월 25일에 받았고, 월급과는 별도로 정기상여금을 짝수달 10일에 받았다. 사용자는 정기지급의 원칙에 따라 정해진 날(매월 25일 및 짝수달 10일) 임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5. 4. 4. 경부터 직원인 B 등의 정기상여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검사는 근로기준법 제109조 위반으로 A를 기소했고, 제1심(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2. 10. 4. 선고 2012고정1280 판결)은 벌금 700,000원 형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늦게나마 정기상여금이 전액 지급된 점을 참작하여 선고를 유예하였다.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43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항 제43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제2심(인천지방법원 2013. 1. 25. 선고 2012노2976 판결)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쟁점이 특이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는 근로기준법 제43조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었는데 해당 재판부는 '임금을 늦게 지급한 것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되는지'를 쟁점으로 삼은 것*이다. 쟁점이 저렇게 확정되어 버리면 임금을 늦게 지급한 것은 어떻게 보아도 제43조 제1항 및 제109조 위반이 될 수 없다. 임금을 제때 지급하라는 원칙은 제43조 제2항에 있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제2심은 알 수 없는 쟁점 설정으로 피고인 A에 대한 무죄 판결을 했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1959 판결


검사는 상고했고 판단은 대법원의 몫이 됐다. 다행히 대법원은 아주 상식적인 판결을 내렸다. 우선 이 사건 공소장에 적시된 적용법조는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및 제43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너무 당연하게도 제43조에는 제1항과 제2항(정기지급의 원칙)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또한 대법원은 제2심이 판단하지 않은 부분까지 판단했는데, 정기상여금은 매월 지급하는 임금이 아니라서 정기지급의 원칙에 예외로 분류되어 1개월 이상을 단위로 한 임금지급이 가능하지만, 그 또한 정해진 날짜에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상여금은 정기지급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2개월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 1년에 한 번 지급하는 식으로 규정해도 되지만 그 날짜가 정해져 있다면 정해진 날짜에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법정에서는 이처럼 매우 당연한 것도 당연하지 않게 다루어질 때가 많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나도 쟁점을 저렇게 잡은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109조는 제43조 제1항이 아니라 제43조를 위반한 자라고만 규정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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