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교와 쑥갓

by 이동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염교와 쑥갓입니다. 염교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락교로 불립니다. 락교는 일본명이어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염교 또는 돼지파라는 이름으로 쓰길 권한다고 합니다. 염교는 마늘, 대파, 부추와 같은 속이나 다른 종으로(종속과목강문계, 기억하시나요?) 사람들이 부추, 파의 뿌리, 마늘, 생강 등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잘 재배되지 않고 많이 소비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염교는 일식집에 갔을 때 실컷 먹고 오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국내에서 잘 생산되지도 않고, 이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법도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좋아하지만 자주 먹진 못합니다.



반면 쑥갓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조금 괜찮은 가락국수(우동)집에 가면 쑥갓은 항상 들어가 있습니다. 매운탕, 마라탕과 같은 탕요리에도 자주 들어가고, 가끔 찜요리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나물로도 무쳐서 먹고 파스타에도 곁들여 먹으며 부침가루를 묻혀서 전을 해 먹는 요리 방법도 있습니다. 얼큰한 해물탕 위에 쑥갓이 잔뜩 올라가 있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사장님께 '쑥갓 조금만 더 올려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올려진 파릇파릇한 쑥갓을 보면서 군침을 삼킵니다. 똑같이 좋아하는 식재료지만 하나는 자주 볼 수 있어서 좋고, 나머지 하나는 가끔 볼 수 있어서 볼 때마다 반갑습니다.



제가 염교와 쑥갓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저희 집에는 자가용이 없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경상북도 영천이었고, 할머니와 외할머니께서 계시던 곳은 강원도 동해였습니다. 당시 아버지께서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에 재직 중이기도 하셨고, 자가용도 직행 버스도 없는 탓에 우리 가족을 동해까지 그리고 다시 영천까지 싣고 나르는 건 기차의 몫이었습니다.

20230101_철도노선도.jpg 철도 노선도 - 출처: 한국철도공사

영천에서 중앙선을 타고 영주까지 영주부터는 영동선을 타고 동해까지 갑니다. 중앙선에서 영동선으로 바뀐다고 기차를 갈아타지는 않습니다. 다만 경상권 전체를 책임지는 본부가 영주이고, 영주에서 중앙선, 태백선, 경북선, 영동선이 만나는 탓에 우리 열차는 항상 영주에서 오래 정차했습니다. 오래라고 해봤자 10분 남짓이었을 겁니다. 30년 전 기차는 매우 느려서 우리 가족의 여정은 편도 6시간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항상 영주역에서 잠시 내려, 가락국수 두 그릇과 김밥 두 상자를 사 오셨습니다. 그 가락국수에는 항상 쑥갓이 올라가 있었고, 김밥 상자 안에는 한 구석에 무 장아찌와 염교 초절임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 어린 마음에 '아버지께서 기차를 못 타시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매번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웃으면서 가락국수와 김밥을 들고 오시는 아버지의 미소가 아직도 눈앞에 선명합니다. 역시 부모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봅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잊힐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되는 과정인가 봅니다. 아직 염교와 쑥갓이 좋은 걸 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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