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서 완전히 잊힐 뻔하다가 영화 아저씨로 기억의 불씨를 살린 전당포라는 곳이 있다. 그런데 완전히 없어질 위기에 있던 전당포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청년들이 전당포에 스마트폰, 노트북, 카메라 등을 맡기고 돈을 빌려가는 일이 많이 늘었다. 전당포 주인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돈을 갚을 것인지 아니면 그냥 도망갈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노트북, 카메라 등을 담보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물건을 맡기고 돈을 차용하는 모습을 우리 민법에서는 질권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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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재산(동산)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주면 된다. 그런데 토지, 건축물 같이 움직일 수 없는 재산(부동산)은 건네주는 방법이 아니라 권리관계를 표시한 공적 장부(등기부등본)에 돈을 빌려준 사람, 빌려준 액수, 빌려준 날짜 등을 기재한다. 누구든 등기부등본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후에 파는 사람이 돈을 얼마나 빌렸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돈을 빌려주고 부동산에 그 내용을 기재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모습을 우리 민법에서는 저당권이라 한다.
물권의 우선적 효력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질권이나 저당권(질권이나 저당권은 물권 - 물건에 관한 권리 -의 일부이다)을 설정하는 이유가 명확하다. 돈을 빌리는 사람의 재산 상태가 어떠하든 해당 물건(카메라나 토지)을 통해 변제받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돈을 빌린 사람은 나머지 재산 상태가 어떻든 그 물건을 팔아서 생긴 돈은 질권이나 저당권을 설정한 사람에게 먼저 지급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그 물건을 돈을 빌린 사람이 직접 파는 것이 아니라, 이자가 연체되면 돈을 빌려준 사람이 경매 신청을 하고, 물건이 팔린 돈에서 우선적으로 배당을 받아간다. 물론 전당포에서는 법적 절차를 밟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해당 물건을 그냥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임금채권의 우선변제
전당포 주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질권이나 저당권에 우선하는 권리는 꽤나 존재한다. '이 카메라를 팔면 100만 원 정도는 받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돈을 빌려줬는데, 그렇게 판 돈 100만 원에서 먼저 받아가는 사람이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렇게 우선하는 권리 중 하나가 임금채권이다.
근로기준법 제38조 제1항 임금 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저당권에 따라 담보된 채권 외에는 조세나 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 다만, 질권, 저당권에 우선하는 조세나 공과금은 조세나 공과금이 우선한다.
제2항 제1항에도 불구하고 최종 3개월 분의 임금이나 재해보상금은 질권, 저당권, 조세, 공과금에 우선하여 변제된다.
임금이나 재해보상금, 그 밖에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은 질권과 저당권보다 후순위로 변제된다. 사용자가 사업을 운영하다가 돈이 없어서 사용자 자신의 카메라를 전당포에 주고 돈을 빌렸다고 가정하면, 카메라를 팔아서 받은 돈은 전당포 주인이 먼저 가져가고, 그중 남은 금액을 사용자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임금으로 가져간다는 말이다(전당포 외에서 돈을 더 빌렸다면 그렇게 돈을 빌려준 사람보다는 노동자가 먼저 받아간다는 규정이므로 이를 우선변제권이라 한다). 그런데 최종 3개월 분 임금, 최종 3년의 퇴직금, 재해보상금은 질권이나 저당권보다도 우선적으로 변제된다. 따라서 노동자는 물권적 권리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최우선변제권을 가진다. 이런 규정은 임금의 지급이 노동자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므로 이를 배려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