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S. Mill의 자유론 해제(6)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가지는 권한의 한계

by 이동민

사법입원제


이상동기 살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왜 일베 이용자들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작품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에 따라 사법입원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사법입원제란 중증 정신질환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법원이 입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이다. 현재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i) 중증 정신질환자 본인이 동의하거나, ii)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이 신청할 경우 의사 2인으로부터 동일한 소견을 받아야 장기 입원이 가능하다. 그런데 보통 보호의무자는 부모인 경우가 많고, 부모들은 자녀를 강제 입원 시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호의무자의 동의조차 필요 없는 사법입원제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법무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조현병학회 등이 사법입원제에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들이 찬성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자명하다. 의학, 법학 권력이 담론을 지배하게 되면 소수자에 대한 완벽한 통치권을 가지게 된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곧 사회의 해악'이라는 등식만 성립하면, 어떤 사람이 중증 정신질환자인지 결정하는 담론에 비전문가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의사가 저 사람을 정신질환자라고 진단했는데 당신이 무슨 권리나 권위로 그것을 부정하는가?' 말이다. 그러니 이런 접근에 더 조심해야 한다. 과연 중증 정신질환자는 사회의 악인가? 이에 대해서는 엄청난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


가장 활용하기 쉬운 공식통계를 근거로 이야기를 해보자. 2022년 경찰통계연보 기준 2021년의 총범죄자는 1,247,680명이고 이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8,850명으로 전체 범죄자의 0.7%이다. 강력범죄만으로 한정하자면 이 비율은 조금 더 높아지지만, 전체 강력범죄에서 정신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4%로 3%를 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강력범죄의 97%는 '아주 멀쩡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다수에 의해 저질러진다.****


정신질환자 중 강력범죄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신질환자 중 어떤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지, 그리고 '비정신질환자' 중에서 새로이 정신질환자의 영역으로 포함시켜야 되는 사람은 없는지 등의 숙의도 없는 상태에서 바로 '정신질환자는 사회의 악', '그러니까 모두 사법의 힘으로 강제 입원'이라는 명제를 도출하는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적어도 관련된 데이터를 총 수집하여 오랜 기간 숙의를 통해 법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언론에서 클릭을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쓰고, 혐오의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지성도 없이' 보수 세력에 힘을 보태는 이런 세태를 보자면 걱정이 앞서지만 말이다.




소수의 자유


J. S. Mill이 대한민국의 사법입원제 논쟁에 뛰어들면 어떤 말을 했을지 추측이 되는 대목이 있다.


On questions of social morality, of duty to others, the opinion of the public, that is, of an overruling majority, though often wrong, is likely to be still oftener right;
사회 윤리나 타인의 의무에 관련된 문제에서 압도적 다수의 여론은 종종 틀릴 때도 있지만 대부분 옳을 것이다.

because on such questions they are only required to judge of their own interests; of the manner in which some mode of conduct, if allowed to be practised, would affect themselves.
왜냐하면 그런 문제에 있어서 그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만 판단하거나, 어떤 행동을 허용했을 때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만 판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But the opinion of a similar majority, imposed as a law on the minority, on questions of self-regarding conduct, is quite as likely to be wrong as right;
그러나 압도적 다수의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소수자에 대하여만 적용되거나 또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에 적용되는 법이라면 옳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for in these cases public opinion means, at the best, some people`s opinion of what is good or bad for other people; while very often it does not even mean that;
이런 경우에 여론이라고 하는 것은 기껏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쁜지에 대한 제3자의 의견일 뿐이고, 심지어는 그 수준도 되지 않는다.

the public, with the most perfect indifference, passing over the pleasure or convenience of those whose conduct they censure, and considering only their own preference.
이때 여론이라는 것은, 타인에게 철저히 무관심하면서도, 오직 자신의 선호만 고려하여 소수나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 John Stuart Mill, 《On Liberty》p.70




나만 아니면 돼


우리는 liberty와 freedom을 모두 자유로 번역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 두 개념을 섞어서 마구잡이로 사용한다. 두 단어의 의미가 엄격하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liberty는 자유보다 해방의 개념에 가깝다. 국가의 폭정과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이 제거된 상태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그 위에서 사상의 자유(freedom of thought),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 등 기본권이 싹틀 수 있다. '보기 싫은 것들'을 전부 지하 감옥에 가둬놓고 나머지만 행복하게 살 것인지,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할 권리가 다수에게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광고 카피에서 '나만 아니면 돼' 담론이 지배적 입지를 굳혔다. 자신의 선호만 고려하는 개인주의, 그리고 소수자의 입장을 자신의 선호에 따라 판단하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물건 구매에서도 먹힌다는 뜻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기 전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배금주의에 찌들어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자신이 정신질환자가 아니니 정신질환자는 모두 오멜라스의 지하감옥에 가두어야 한다는 발상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반복해서 말하지만 '오멜라스'를 떠난 사람들은 다시 그 마을에 돌아오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묻지 마 살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으나 적절하지 않다. '묻지 마'는 묻지 마 관광에서 나온 말로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호기심과 자극을 준다. 이상동기 살인일수록 동기를 끝까지 물어보아야 하고, 그것을 분석하여 예방할 필요가 있다.


**사법입원제는 아무리 늦어도 2019년부터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는 법무부 소관이라기보단 보건복지부 소관에 가깝다. 법무부장관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며,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인재근의원 대표발의)이 이미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무래도 그 게시판 이용자들은 한동훈이 대통령인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보다.


*** 다시 말하지만 이제 와 처음 논의되는 제도가 아니다. 아무리 늦어도 2019년부터 도입이 검토되고 있었다.


**** 2021 경찰통계연보 제65호, 경찰청, 202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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