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무명으로 가득하다.

by 이동민

https://www.ltimes.co.kr/?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8294821&t=board


여섯 번째 기사를 썼습니다. 그리고 혹시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첫 번째 기사 내용을 그대로 밑에 붙여 놓겠습니다(전체 내용을 모르면 해당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지요).


기미독립운동 기념일을 맞아 투쟁 현장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여유롭게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괜히 시끄럽게 노동가를 틀고 휴일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휴일을 방해하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존재요.


그렇지만 뭐 어떻습니까. 지나가는 사람이 불쾌한 것도 잠시이고 그 불쾌함을 드러내는 얼굴을 보는 저도 잠시입니다.


그리고 그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감정은 사라지고 역사만 남습니다.


그래서 모든 역사가 무명으로 가득한가 봅니다.


강감찬 장군이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도, 이순신 장군이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도 수많은 무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3월 두 번째 기사는 동물권행동 카라의 이야기로 찾아뵐까 합니다. 다들 행복한 3월 보내세요.








L_TIMES 2024. 1. 29. 첫 기사





"소설인데 현실과 구분 못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제가 그래서 언론에 뭐라고 그랬냐면 <82년생 김지영>은 그 나이대의 여성들에게 닥칠 수 있는 열 사람의 불행을 모아서 한 사람에게 겹쳐 놓은 다음에 이것이 우리 세대가 일반적인 여성이 겪는 문제라고 한다면 굉장한 문제가 있다. 그거는."


<작가의 책: 공정한 경쟁(1부)>에서 이준석의 발언 中




불행을 재는 저울은 없다. 비단 '남의 염병'을 '자신의 고뿔'만 못하게 여기는 심리 때문만이 아니라 똑같은 '고뿔'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그냥 지나갈 수도 있으니 같은 불행으로 이름 지어진다 한들 그것이 모두에게 같은 무게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불행은 저울로 잰 듯 공평하게 내려앉지도 않는다. 살면서 어떤 불행도 겪지 않은 사람(그런 사람은 자주 남의 불행을 가볍게 여기곤 한다)이 있는 반면 시대적이고 구조적인 모든 불행을 일시에 겪는 사람도 있다. 모든 비극적 상황을 한꺼번에 겪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소설가의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해당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수많은 비극이 사회 다른 곳에도 하나씩, 파편처럼 퍼져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식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2024년 노동계의 모든 비극을 한 곳에 모아 놓은 노동계의 <82년생 김지영>처럼 보인다.



2024년 1월 27일 14시 '고공농성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구미 시민 모임'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간담회의 형식으로 만났다. '구미 시민 모임'은 구미 시민인 이루치아와 정진석이 주도하여 만든 시민 연대 조직이다. 이 모임에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이 회사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들로 하여금 추운 겨울에 날씨와 대조적인 마음을 갖게 했을까? 왜 그들은 먹고, 마시고, 노는 것 대신 이들과 연대하기로 했을까?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은 2년 동안 투쟁을 했어야만 했고, 그들 중 2명은 22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야 했을까? 본지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일어난 일련의 노동 탄압에 대해 집중 보도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기사는 2024년 1월 27일 간담회의 내용을 보도한다.




사회자(정진석):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전반적인 상황을 지회장님께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회장(최현환): 저희 옵티칼과 관련한 경과보고를 먼저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모니터에 부착되는 편광필름을 제조하는 사업장으로 일본에 있는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외투기업입니다. 저희 사업장은 일본 니토덴코의 자본으로 2003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설립이 되면서 현재까지 7조 7천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하면서 매출의 80%에 달하는 6조 3천억 원을 일본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러는 과정에 저희가 2022년 10월 4일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는 2022년에 니토덴코는 국내에도 사업장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에도 사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코로나로 인한 봉쇄정책이 시행되면서 물량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사업이 확장되는 시기였습니다. 그 전까지 조합원수는 50여명에 불과했지만 신규채용을 100여명 했습니다. 그러면서 150여명의 사업장, 사무직을 포함해서 210명이 되던 사업장으로 커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10월 4일 화재가 발생합니다. 화재가 발생하면서 국내(경영진)는 '결정권이 없으니 (화재로 인한 고용 문제는) 기다려 달라.'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는 니토덴코의 자본으로 설립된 (우리 사업장과 닮은) 쌍둥이 기업이 있습니다. 구미 옵티칼은 LG 디스플레이에 제품을 납품하고, 평택의 한국니토옵티칼은 삼성디스플레이를 주 고객으로 하는 사업장입니다. 두 회사의 일본인 사장은 동일한 인물입니다. 다만 법인을 따로 해서 사업장을 축소화 시킨 상태에서 운영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화재로 구미 공장의 생산이 불가능해지자) 구미 공장의 물량을 평택공장으로 가져갔습니다. 한 달 기간 동안. 그 한 달 동안에도 저희 조합원들을 끝까지 이용하게 되는 거죠. 저희 조합원들을 한 달 동안 평택에 가서, 삼성하고 LG하고는 동일한 제품이지만 사양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 사양의 눈높이 정합을 하기 위해서 조합원들이 올라가서 기술을, 눈높이 정합을 해주는 과정을 한 달 동안 하게 됩니다. 그 일이 끝나자마자 사측은 11월 4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법인에 대한) 청산 발표를 합니다. 끝까지 청산 발표를 하기 전까지 저희 조합원들을 농락한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LG 디스플레이에 해당 제품을 납품하면서 생긴 불량이 발생하자 (회사는) LG 디스플레이에 저희 조합원들을 보내 불량 선별작업까지 시킵니다.

2022년 11월 4일 청산이 결정 나면서 저희는 교섭을 하자고 요구했습니다. 그 주된 내용은 고용승계였습니다. (사측은)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없다'. (고용승계 대신) 위로금을 주겠다고 하면서도 (위로금의 협상 당사자는) 회사 대표가 아닌 회사 노무사에게 위로금 결정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사실상 (회사의 대표가 아닌) 노무사가 저를 찾아오게 되는 거죠. (노무사는) "희망퇴직을 해야 한다. 위로금을 받으려면. 희망퇴직을 하지 않으면 정리 해고를 하는 수밖에 없다."라는 입장을 밝혀 옵니다. (제가) "고용승계에 대해서 같이 논의 합시다."라고 말하자 노무사는 "나는 위로금에 대해서만 위임을 받았기 때문에 고용승계는 논의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힙니다. (협상이 결렬되자) 사측은 2022년 12월 16일까지 희망퇴직 안(案)을 내놓습니다. "2022년 12월 16일까지 희망퇴직을 하지 않으면 정리 해고를 하겠다." 그 과정에서 희망퇴직 설명회도 하고 그런 일들이 벌어집니다. 희망퇴직 안을 설명하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신규 채용이 100명 됐지 않습니까? 하루 일한 직원부터 9년차까지 (동등하게) 기본급의 17개월을 (위로금으로) 제시합니다. 그건 자본이 돈으로 조합원을 털어내겠다는 뜻이었죠. 그러니까 (100여명이 신규채용되었기 때문에 신규채용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이었으므로)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희망퇴직을 하고, 자본과 싸우고자 하는 조합원이 저를 포함해서 17명이 남게 됩니다. 회사는 그때부터 해고 예고 통지서를 보내고 2023년 2월 2일, (청산 발표로부터) 딱 90일 되는 날입니다, 2월 1일자로 근로 기간이 만료되고, 2월 2일자로 해고가 되었다는 통지서를 보냅니다.

그래서 저희는 2월 2일이 다가오기 전에 2023년 1월 30일부터 공장 사수를 하면서 '우리가 돌아갈 일터가 있어야지 (고용승계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라면서 '일터가 사라지기 전에 공장을 지키자'라면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1월 30일부터 천막 농성에 들어가면서 고용승계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시민 선전전과 시청에 가서 면담 요청 다 했죠. 모든 걸 다 하면서, 그런데 관계 기관들은 다 저희 노동자들을 외면했습니다. 노동지청도 마찬가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게 유일한 이유였습니다. (고용 승계에 대한 투쟁으로) 긴 시간이 흘러갑니다. 지노위(지방노동위원회),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쳐서 8월에 (사측의 고용 승계 의무를 부인하는) 중노위 결정이 나자, 사측은 결정이 나자마자 공권력을, 경찰에게 신변 보호 요청을 하면서, 경찰을 대동하면서 굴삭기도 가져오고, 컨테이너도 가져오고 저희를 끌어내려고 위력적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저희가 공장을 잘 지켜내고 있으니 사측은 공장 철거가 승인도 되지 않았는데 (노동자들이) 공장 철거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공장 철거 지연에 대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조합원 재산의) 가압류와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미리 공장을 철거할 수 있도록) 가처분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8월에 법원은 너무나도 쉽게 손배소 가압류를 받아들입니다. 아직까지 회사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입증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희 조합원, 부동산이 있는 다섯 명, 그리고 전세 보증금 다섯 명, 각 4천만 원씩, 총 4억 원이라는 금액으로 손배소 가압류가 받아들여집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부동산을 보면 가압류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전세보증금 (가압류) 같은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4천만 원과 같은 작은 금액으로 큰 금액(전세보증금을 뜻함)을 다 잡는 것입니다. 조합원은 4천만 원에 대해서 해방 공탁을 걸어야만 전세금 2억 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사도 못 가게 함으로써 노동자를 옥죄기 시작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버티고 있자 생활의 불편함을 주기 위해 (시위 현장인 공장에 대한) 단전, 단수를 시도합니다. 저희가 여기에서 생활하고 있으니까 단전, 단수 즉, '물이 없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저희는 단수가 되었지만 인근 공원에서 물을 길러오고, 물탱크를 설치해서 화장실 물을 쓸 수 있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식수는 생수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공장 철거에 대한) 가처분 심문기일이 잡힙니다. 저도 법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가처분 결정은 바로 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4주 간 서류 보완 기간을 둡니다. 2023년 12월 15일이 서류 보완 기간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법원은 그때가 지나서도 가처분 결정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사측의 가처분 취지는 '공장 철거 방해 금지 등'인데 시에서 공장 해체 결정을 안 내줬기 때문에 명분이 없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2024년 1월 5일 구미 시청에서 간담회를 하는 과정에서 건축 심의 위원회에서 '건축 심의는 다 거쳤고 심의 위원들에게 의견서를 다 받았고 다 검토한 상황이다. 이제 곧 해체 계획 승인이 떨어진다.'라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2024년 1월 8일 고공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는 것도 시에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에 시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몸으로 거부하고 있는데도 해체 계획을 승인합니다. 그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재판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틀 뒤에 가처분 결정을 내립니다. 그 가처분 결정은 부분 인용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내용적으로는 전부 인용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행강제금(필자 주: 가처분 결정을 스스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강제하기 위하여 내리는 부과금, 이 사건에서는 하루 이행강제금이 950만 원이다.) 중 노동조합에 대한 금액만 약간 조정되었을 뿐 사측의 모든 청구가 받아들여집니다.

그렇게 가처분 결정이 고시 되고, 회사에서는 매일 이행강제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3년 8월에 했던 행동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컨테이너만 들고 공장으로 오고 있습니다. 공장 철거를 하려면 착공 신고가 들어가야 합니다. 안전 펜스도 치고, CCTV도 설치하고 그런 과정이 남아 있는데 철거를 해야 한다고 장비를 반입하는 척(필자 주: 이행강제금, 손해배상액을 특정하기 위한 증거를 남기는 행위로 평가된다)을 하고 있는 거죠.

저희가 대처를 잘하고 있으니 회사는 이제 다른 수법을 씁니다. 가처분 결정에 보면 '별지 목록 1'을 인도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별지 목록 1은 여기 노동조합 사무실을 말합니다. 노동조합 사무실도 가처분에서 인도하라고 결정이 났기 때문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인도하라고 2024년 1월 25일 집행관이 노동조합 사무실로 왔습니다. 저희는 가처분에 어떤 과정을 거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집행관이 '이 사건은 단행 가처분이기 때문에 바로 집행이 가능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러면 노동조합 사무실에 있는 개인 물품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 2024년 2월 16일 10시까지 개인 물품을 챙기겠다'라고 하니 집행관이 '그러면 노동조합 사무실을 인도 하겠느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공 농성을 하는 이유가 있다. 조합원 11명의 고용을 평택 공장에서 승계를 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이다. 그런데 우리가 조합원 사무실을 비우면 고공 농성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지원할 수가 있습니까? 어느 누구도 저기 고공 농성장의 조합원을 끌어 내릴 수 없다. 이 사안을 해결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11명의 고용승계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 상황은 해결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후 투쟁은 평택 공장에서 결의 대회를 하는 등 여러 방향을 열어 놓고 있겠지만 (노동조합 사무실을 강제로 인도하는 집행일인) 2024년 2월 16일이 가장 대치 되는 상황이라고 여겨지는데, (사측이) 공권력을 앞세워 무력적인 행위를 한다면 아마 노조는 더 큰 무력으로 맞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가 '노동자들은 하나다'라는 생각으로 단결 된다면 그 힘을 이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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