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좀 먹는 것 중에 하나가 전관예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고, 이를 홍보의 수단으로 삼기까지 합니다. 아주 작은 동네의 면장이라도 했던 사람은 그 직을 수행하면서 쌓아온 인맥을 동원하여 브로커와 같은 일을 하고 다닙니다.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을 더 강하게 예우할수록 우리 사회의 병폐는 더 심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늘은 판례 스터디가 아니라 판례를 작정하고 비판하고자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왔습니다.
피고인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여 소위로 임관한 이후 30년 넘게 국방 분야의 전문가로 공직을 수행하였습니다. 그는 퇴임한 후에 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로 근무하면서, 방산업체를 상대로 '업체 선정 및 납품 관련 로비'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주식회사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형식적인 자문계약을 체결한 후에 1년간 급여 형태로 3,600만 원을 수령하고, 활동비 형태로 1,900만 원의 법인 돈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는 자문계약이 체결된 1년 동안 인적 관계를 동원하여 '해상작전헬기 사업' 등을 주식회사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수주하도록 하였습니다.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부터 수령한 보수액은 1년간 5,500여만 원 정도인데, 이는 한국항공우주산업 내부의 임원 인사관리 규정에서 정한 일반 자문계약의 보수액에 해당한다. 한편 위 보수액은 대관업무를 수행하던 기존 군 출신 임원들이 지급받았던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적은 금액이고, 공소사실 기재 현안들의 중요도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면 공무원에 대한 알선을 통한 현안의 해결에 대한 대가라고 보기에도 사회통념상 과소한 금액에 해당한다.
: 제1심 및 원심 법원은 피고인의 '현안 해결' 행위가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는 유죄 판결을 내어놓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군 출신 다른 임원들은 2~3억을 받는 것에 비하여 지나치게 소액을 받았으므로' 알선수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군대에 납품하는 물건은 다른 어떤 물건보다 안전하고 기능적으로 뛰어나야 합니다. 그게 군인을 올바르게 예우하는 일이고, 억지로 끌려간 청춘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입니다. 그런데 '옛날에 군인이었던 사람이 퇴직하고 입사한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현안이 해결된다면 그건 공정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대법원의 '공무원에 대한 알선을 통한 현안의 해결에 대한 대가라고 보기에도 사회통념상 과소한 금액에 해당한다.'라는 표현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우리는 공무원에게 알선을 하면 안 된다는 사회통념을 가지고 있는데, 법관은 '공무원에 대한 알선은 존재한다'라는 전제 하에 '그 정도 금액은 알선 축에 끼지 못한다는 통념이 있다'라는 취지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게 정말 제대로 쓴 문장이 맞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