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치료비를 보전하기 위하여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하셨을 것입니다. 간단하게 실손보험 또는 실비보험이라고도 부르는데, 보험가입자에게 실제로 발생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보험입니다. 지금을(4세대) 기준으로 보장한도 5,000만 원, 통원치료비 1일 25만 원 등을 보장합니다. 실제 사고가 나거나 질병 진단을 받으면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접수하여 보험금 지급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과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미지급금이 한해 약 7000억 원이라고 합니다. 2024년 10월부터는 간소화될 것이라고 하니 늦게나마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 판례는 본인부담액상한제와 실손의료보험 사이의 관계입니다. 본인부담액상한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처음 시행된 제도입니다. 환자가 1년에 정해진 금액 이상을 부담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초과분을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소득에 따라 구간이 다른데 소득분위 1 분위인 사람은 1년에 81만 원을 초과할 경우, 10 분위인 사람은 1년에 584만 원을 초과할 경우 공단에서 초과분을 돌려주게 됩니다. 이 사안에서는 초과분으로 돌려받는 돈과 실손보장금액이 중첩되는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다투었습니다. 예를 들어 1년에 1,000만 원의 의료비를 지출한 사람이 소득분위 6 분위일 경우 282만 원까지만 부담하고 나머지 718만 원은 약 4개월 후에 공단으로부터 돌려받습니다. 이 경우 실손의료보험이 282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지, 아니면 초과분을 더한 1,00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는 2008. 11. 27. 피고 보험회사와 실손의료보험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보험계약에는 '질병으로 입원치료 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입원실료, 입원 제비용, 수술비 전액'을 보장하도록 특약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추간판 탈출증 등으로 A 병원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2구간(2 분위와 3 분위가 포함)으로 1년에 1,010,000원을 넘는 의료비는 돌려받을 수 있는 상태였고, 급여 기준으로 2,120,552원을 부담하였으므로 초과분인 1,110,552원을 보험회사에 청구하였습니다. 보험회사는 1,110,552원은 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습니다.
이 사건 특약에 관한 보험증권상 보상내역 및 특별약관은 질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을 경우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입원실료 등 비용 전액 및 일부로서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분과 비급여 부분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언 내용에 의하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부분은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고, 요양급여 중 피보험자가 부담하지 않는 부분은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 본인부담액 상한을 넘는 돈에 대하여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한 피보험자가 보험회사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는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2020년 이전까지는 본인부담액을 초과하는 돈에 대해서는 다음 해에 지급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이것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환자들의 부담이 커져가는 반면, 보험회사는 '어차피 돌려받을 돈이니 지급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에 환자와 보험회사의 대치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것은 '초과분'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여기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생략하겠습니다. 어쨌든 원심 법원은 환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우리 피보험자들로서는 실손의료보험을 꼭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를 들게 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그래도 실손의료보험은 가입하는 것을 추천하긴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개정을 통하여 더 확실한 보장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