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단독주택이 아니라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나 원룸은 공동현관의 잠금장치나 출입제한 장치가 없지만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건물에는 대부분 출입을 제한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그것이 없는 아파트는 주로 경비원을 둬서 출입을 제한합니다. 여러 사람이 한 건물에 사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내부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은 모두 '사람의 주거'에 해당합니다. 이 사건은 열려 있는 문을 통해 공동현관에 들어간 것이 침입 행위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2021. 6. 12. 22시 예전에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인 피해자 집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녹음하기 위해 그 집으로 찾아갑니다. 피고인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피해자가 살고 있는 빌라의 공동현관을 지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피해자의 집 현관문 밖에서 대화 녹음을 시도했습니다. 2021. 7. 20. 21시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을 다시 찾아가 '게임은 시작되었다'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놓고 나왔습니다.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종국적으로는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때 그 고려의 정도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ㆍ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ㆍ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과거 우리 대법원은 주거권자(집주인)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출입은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앞에서 말한 두 전원합의체 판결(2020도12630, 2017도18272)을 통해 주거권자의 의사보다는 객관적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침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태도를 변경했습니다. 따라서 혼외 성관계(간통죄는 폐지되었으므로 간통 대신 혼외 성관계라는 말을 사용합니다)를 목적으로 배우자가 있는 집에 들어갔을 경우, 과거에는 혼외 성관계의 상대배우자가 알았다면 출입을 거절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주거침입이라고 판단하였지만, 바뀐 판례는 평온한 방법(혼외 성관계를 원하는 주거권자가 허락)으로 출입했기 때문에 주거침입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원심도 출입의 제한이 없는 열려 있는 현관문을 저지 없이 출입했기 때문에 주거침입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출입하려는 목적, 출입시간, 이 사건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무단출입에 관한 사회 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주거침입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