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이 진상인 이유

차가 고장 나면 보닛을 여는 이유와 같다.

by 이동민

인간은 메타인지와 휴리스틱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인공지능이 메타인지와 휴리스틱을 가질 수 있는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이 둘은 인간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이 둘은 철학에서 긴밀히 맞닿아 있는데, 현자일수록 메타인지가, 그리고 흑역사를 가진 사람일수록 휴리스틱이 발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21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state)는 어디인가?


인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두 사람과 기계 한 대가 있다. 메타인지가 발달한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과 아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길게 생각할 것 없이 '답을 모른다'라는 대답을 한다. 기계는 이와 정반대이다. 기계는 알고리즘으로만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검색(searching)을 한 후에 '답을 알 수 없다'라는 대답을 한다. 휴리스틱이 발달한 사람은 어떨까? 그냥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대충 아무 대답이나 한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었지만 메타인지와 휴리스틱이 대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하기엔 충분한 예이다.




남자들이 보닛(bonnet)을 열어 보는 이유?


남자들이 자동차가 고장 나면 보닛을 열어 보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보통 차가 가다가 멈췄다면 대부분은 그 차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지적인 능력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지식이나 기술이 있는 사람이라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장비나 도구 등)이 마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차가 고장 났을 때, 자신이 보닛을 열어 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특히 남자들이 차가 고장 났을 때 보닛을 열어 보는 이유는 '익숙한 것에 대한 지적인 충만함'이라는 오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휴리스틱이 작용하는 순간이다.




저도 재판 몇 번 해봐서 아는데 조정에는 변호사님만 가도 되지 않나요?


전문직에서 진상이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직 특히 의사나 변호사는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서 특출 난 지적인 수준에 도달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분야에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있다고 해서 다른 분야까지 전문가인 것은 아니다. 내가 병원에 가서 '부러진 내 뼈'에 대해 아는 척을 하는 것만큼 의사가 '재판 절차'에 대해 아는 척을 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임을 당사자는 잘 모른다.




I was born not knowing
and have had only a little time to change that here and there.


세기의 천재라는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도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겸손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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