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중고 신입'을 찾습니까?

간사한 마음은 버리시길 바란다.

by 이동민
중고 신입(old rookie)


중고 신입은 그 자체로 형용 모순이다. 어떻게 이런 단어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중고 신입'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경력직은 아니어야 한다. 경력직은 말 그대로 경력직으로 분류되지 어떤 수식을 받는 '신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즉, 돈을 적게 주겠다는 말이다. 둘째, 경력직은 아니지만 초짜는 아니어야 한다. 그 분야에 아무런 경험도 없다면 그냥 신입이지 중고 신입은 아니다. 셋째, 지원자는 본인이 해당 분야의 경력은 가지고 있지만 신입으로 기꺼이 들어가겠다는 을의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뽑아주는 게 어디야? 그러니 경력은 포기해.


참으로 고약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경력은 있는데 그 경력은 인정해 줄 수 없다. 다만 채용에 가점을 부여할 테니 당신이 가진 경력에 대한 보상은 포기하라. 아무리 해당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도 그렇지 있는 경력에 대한 대우를 포기하라니. 고약한 말 아닌가?




이런 소송 좀 해보셨습니까?


그런데 중고 신입이 취업시장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자영업자, 특히 전문직에게는 당신이 '중고'인지 물어보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다. 식당 가서 '이런 음식 좀 해보셨습니까?'라고 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식 맛이야 주관적인 것이고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그런 것을 물어볼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니 변호사들에게 '이런 소송 좀 해보셨습니까?'라고 묻는 마음이 어떤 연유인지는 알겠다.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에는 돈도 많이 들고, 내 인생에 많은 것이 걸려 있고, 정보도 전문직에게 편중되어 있으니 이해는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그건 한편으로 이해 안 되는 말이다.


이해가 안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두 중고 신입을 원한다면 진짜 신입은 어디서 중고가 된단 말인가? 모두가 신입일 때가 있다. 그러면 모든 신입의 일처리는 미숙하고 믿을만하지 못하며 특히 변호사는 패소한다는 말인가?


둘째, 경력이 하나의 척도는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다. 이제 신입으로 임용된 선생님이 고인물 선생님보다 못 가르친다고 확신하는가? 오히려 고인물이 필드에서 안주하지는 않나?


셋째, 특히 전문직에서는 새로운 지식이 오래된 것보다 항상 낫다. 의사라고 변호사라고 매일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만 있는 것 같은가? 의사가 최신 의료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변호사가 최신 판례를 익히지 않으면 갓 시험에 합격한 사람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매일 고급 스포츠나 즐기면서 해오던 대로 하는 전문직이 얼마나 많은지 안다면 당신은 '중고'보다는 신입을 찾을 것이 뻔하다.




그래도 중고 신입을 찾는 것은 당신의 자유다.


당연하지. 세상이 자신 마음대로 사는 것인데 변호사라고, 의사라고 당신 마음대로 선택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그래도 '필드에 오래 있을수록 실력이 좋아진다'라는 편견은 버리시길 바란다. 내가 골프를 안 쳐서 모르겠지만 골프도 오래 친다고 다 잘 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경력직 원하시면 '제1회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하신 분 찾아가시면 되겠다. 참고로 1950년에 치러진 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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