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계산법

범죄자가 항상 범죄이익과 처벌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by 이동민
일상 활동 이론


고전주의 범죄학에서는 범죄자가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는데 큰 힘을 쏟지 않는다. 그들은 범죄자를 자유 의지로 범죄를 선택한 자로 본다. 그리고 범죄자를 처벌이 엄격하지 않다면 언제든지 범죄행위를 할 수 있는 취약한 존재로 상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주의 범죄학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범죄 원인론'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범죄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범죄자가 왜 범죄를 저지르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피해 가는 이론이 하나 더 있다. 일상 활동 이론 Routine Activities Approach이라고 불리는 이 접근은 '범죄자가 왜 범죄를 저지르는가?'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조건에서 범죄가 발생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제공한다. 범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결합되어야 하는데, 1) 동기화된 범죄자, 2) 취약한 대상, 3) 감시의 부재가 그것이다.




그는 이미 범죄를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다.

일상 활동 이론에서는 '범죄자가 왜 범죄자가 되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범죄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범죄를 저지를 동기를 가지고 있고, 실행행위에 나아갈 준비를 마친 자이다. 대신 이 이론의 대표자인 Lawrence Cohen과 Marcus Felson에 따르면 범죄자는 아주 흥미로운 결정을 하는데, 범죄자는 범죄를 수행하기 직전에 범죄 템플릿 crime template을 만든다. 쉽게 말해서 범죄의 직소 퍼즐을 대충 맞춰놓고 비어있는 부분에 딱 맞는 범행 대상을 물색한다. 템플릿은 이전의 범죄 경험(적발되지 않은 범죄 상황이 있다면 그와 유사한 상황을 반복하려고 할 것이다), 다른 범죄자들로부터 들은 정보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취약한 대상은 언제나 좋은 먹잇감이다.


범죄자가 만들어 놓은 템플릿에 가장 중요한 직소퍼즐은 범행 대상이다. 범행 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언제나 범죄자의 자유이지만 일상 활동 이론은 어떤 대상이 더 쉽게 범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연구한다. 예를 들어서 폭력 범죄의 경우 육체적으로 쉽게 제압 가능한 사람일수록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절도 범죄에서는 잠금장치를 열기 쉬울수록, 횡령 범죄에서는 권한을 행사하기 쉬울수록 범죄 피해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직관적으로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정이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데 법을 지킬 이유가 있을까?


동기화된 범죄자와 취약한 대상이 적극적인 요소라면 감시자의 부재는 소극적인 요소이다. 즉, 감시자가 있느냐 하는 것은 범죄자가 짜 놓은 템플릿의 마지막 직소 퍼즐이 아니라 마지막 직소 퍼즐을 끼울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요소이다. 코헨과 펠슨에 따르면 공식적인 감시(경찰의 감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비공식적인 감시(이웃 주민이나 개인이 설치한 CCTV 등)이다. 해당 공동체의 유대가 강할수록 비공식적인 감시 효과가 높아짐은 물론이다.




Nodes and Paths


범죄자와 피해자는 일상 활동을 하면서 Node와 Path를 만든다. 예를 들어서 피해자가 학생이라면 학교, 도서관, 자주 가는 상점들이 node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각 node를 잇는 path도 존재한다. 범죄자 또한 일상생활에서 범죄기회를 노리고 익숙한 곳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익숙한 곳에 사체를 유기하는 등의 행적을 보인다. 결국 범죄자와 피해자(또는 물건)의 node나 path가 겹친다면 그만큼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커버 이미지는 네트워크의 node와 path를 형상화한 것이지만 실제 세계에서의 그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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