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까지 고전주의 범죄학은 주류를 이루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도 범죄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지 못하고, 범죄자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범죄자의 입장이 되어볼 생각이라도 하면,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라는 말이 따라온다. 그들은 예전에도 이해의 대상이 아니었고 현재도 다시 아니게 되었다. 무지에 둘러싸인 대상은 두려움과 기피, 때로는 경외의 대상이 된다. 정적이든 부적이든 거리를 두어야 할 대상이었다는 말이다.
모든 진리는 당연한 것을 의심할 때 태어난다.
모든 진리는 단단한 껍질에 싸여 깊은 곳에 묻혀 있다가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태어난다. 범죄학에서는 아돌프 케틀레Adolphe Quetelet가 처음으로 자유의지라는 참주tyrant에게 반란을 일으켰다. 케틀레는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고 동시에 통계학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관심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사회 현상이라고 해서 수학과 통계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나?
저지를 결심
고전주의 범죄학자의 전제에 따르자면 다음과 같은 논리적 귀결은 당연해야 한다. 범죄자는 언제든지 '저지를 결심'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범죄자가 그 결심을 하는 것은 성별, 나이, 사회적 지위 같은 개인적 특징과도 무관해야 하고, 피해자 집의 위치, 범죄자 집의 위치, 범죄자가 자주 가는 곳 같은 지리적 특징과도 큰 관련이 없어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사회적 지위를 잃을까 걱정이 되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그 마음'이 자유의지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또한 어떤 장소가 단순히 범죄를 호스팅 하는 것을 넘어 유발한다면 장소가 자유의지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인구학적 특징이나 지리적 특징이 범죄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자유의지는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승리에 도취된 Adolphe Quetelet, 겸손함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케틀레는 벨기에 정부의 통계수치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범죄와 다른 사회적 요인을 함께 고려했고, 사회적 요인 중 나이, 성별, 기후, 빈곤, 교육 수준, 알코올 섭취 등은 범죄와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Of the Development of the Propensity to Crime, 1831). 케틀레는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가 처음 자신의 저서에서 소개한 'Social Physics'라는 용어를 도용했다. 여담이지만 범죄학의 상위 개념인 사회학에서 보자면 콩트의 위상과 케틀레의 위상은 마치 에베레스트와 동네 앞산의 그것과 비슷하다. 콩트는 Social Physics라는 용어를 버리고 Sociology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학계 전체도 Social Physics를 버리고 Sociology를 채택했다.
범죄: Place님 호스팅 감사합니다. Place: 호스팅 아닌데요?
게리의 유명한 논문 「Essay on moral statistics of France(1832)」, 저작자가 사망한 지 100년이 지나 저작권 문제는 없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에서는 앙드레-미셸 게리Andre-Michel Guerry가 범죄와 장소를 연관 지었다. 그는 프랑스의 지역을 세 가지 층위layer로 다르게 표시했다. 첫 번째 지도는 대인 범죄의 빈도를 표시한 것이다. 두 번째 지도는 같은 지역을 대상으로 재산 범죄율을 표시했다. 그리고 세 번째 지도는 학교 교육 수준을 표시했다. 일반인들의 통념과 다르게 높은 교육 수준을 보이는 지역에서 재산 범죄율 또한 높게 나타났다(그리고 정반대로 일부 지역에서는 높은 교육 수준이 낮은 대인 범죄와 연관되기도 했다). 게리는 높은 교육 수준이 많은 부를 생산했고, 그것이 높은 재산 범죄로 이어졌다고 결론 내렸다. 지리적 요인이 단순히 범죄를 호스팅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접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유의지에 대한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
자유의지는 여전히 운전자다. 하지만 운전자가 아무리 뛰어난 운전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브레이크가 듣지 않으면 누구도 그 차를 멈출 수 없다. 반대로 액셀레이터가 고장 난 차라면 (달릴 수 없으니) 사고가 날 일도 없다. 범죄로 나아가는 자유의지에도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가 있음은 명백해졌다. 케틀레와 게리가 실증적인 분석을 시작함으로써 고삐 풀린 기차runaway train를 세우기 위해서 멀쩡한 운전자를 잡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케틀레의 만용 때문이었을까? 아쉽게도 주류 범죄학은 그 후로 전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