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영혼이라도 담겼다는 말씀이십니까?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케틀레Quetelet가 고전주의 범죄학에 반기를 들었지만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케틀레에게는 서운한 일이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체사레 롬브로소Cesare Lombroso를 실증주의의 선봉장으로 생각한다. 롬브로소의 저서는 케틀레보다 무려 40년이나 늦은 것이었다. 또한 케틀레의 실증적 연구는 내적 및 외적 타당도가 높은 편이지만, 롬브로소의 연구는 현재의 기준으로 보자면 매우 엉터리 같은 연구였다. 여러모로 케틀레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그것이 과학일 것이라는 믿음
일반인에게 과학은 수학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과학적'이라고 하면 맹신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수학적'이라고 하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케틀레와 롬브로소의 운명도 수학과 과학의 운명과 궤를 같이 했다. 범죄자의 신체적 특성을 분석하고 일반인의 그것과 비교한 롬브로소는 '과학'이라는 두꺼운 옷을 입었고 모두들 그 화려함에 열광했다. 범죄는 과학적으로 분석 가능한 것이었고, 심지어는 예방까지 가능한 대상이 되었다.
L`Homme delinquente
롬브로소는 그의 저서 L`Homme delinquente(1876)에서 생래적 범죄자(born criminal)라는 용어를 사용했다(L`Homme delinquente의 영문 제목은 The Criminal Man이다). 그에 따르면 범죄자 전체 중 3분의 1은 생래적 범죄자인데, 그들은 비교적(나머지가 2/3이기 때문) 소수지만, 범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생래적 범죄자들은 특별히 소름 끼치는 특징(peculiarly monsterous character)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 나머지 3분의 2는 가끔씩 또는 습관적으로 경범죄를 저지르는 자(criminaloid - 범죄자를 뜻하는 criminal과 like라는 뜻을 가진 접미사 -oid가 합성된 말)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의 과학적인 주장을 믿을 것인지는 당신이 결정하면 된다.
머리부터 시작하자. 아무래도 머리는 감정과 사고의 중추이니 다른 어떤 기관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생래적 범죄자가 특징적인 두개골의 크기나 모양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그는 그가 속한 집단(지역이나 민족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에 비해 두개골의 용량이 크거나 작다. 무슨 말인지 헷갈린다고? 당연하다. 그는 두개 계수(Cephalic Index; CI)의 정상 범위를 1200cc(약 73 cubic inches)에서 1638cc(약 100 cubic inches)라고 보았다. 머리를 정수리 방향(위)에서 보았을 때 얼굴과 뒤통수 방향이 길쭉하면 장두형(dolichocephaly)이라고 하고, 구(球)에 가까우면 단두형(brachycephaly)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름과 다르게 장두형은 1300cc(80 cubic inches) 이하로 용량이 적고, 단두형은 1327cc(81 cubic inches) 이상으로 용량이 크다. 민족적으로 단두는 유럽, 아시아에 많이 살고, 장두는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 주로 분포한다.
롬브로소에 따르면 장두형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생래적 범죄자는 평균인보다 낮은 CI를 보이고, 단두형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반대로 높은 CI가 나타난다. 즉, 머리 용량이 큰 민족에서는 더 큰 녀석이, 머리 용량이 적은 민족에서는 더 작은 녀석이 생래적 범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자, 그에게 돌을 던져라.
철저하게 롬브로소의 연구 결과이다. 얼굴에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게 돌을 던져도 좋다. 첫째, 주걱턱(prognathism)을 가진 사람은 전체 범죄자의 45.7%였다고 한다. 둘째, 아랫니나 아래턱이 윗니보다 앞으로 나온 형태의 부정교합(progeneismus)은 전체 범죄자의 38%가 가진 특징이다. 하나의 변명처럼 이런 말도 넣어 놓았는데, 폭력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자는 주로 턱에 힘을 준다. 그러니 저작계(masticatory system; 주로 씹는 동작에 관여하는 기관이나 구조)가 특별히 발달한다고 추정했다(그리고 직관적인 설명이 종종 그러하듯이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다른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다른 특징들도 있으니 자신의 신체적 특징과 잘 한 번 비교해보길 바란다. 놀랍게도 안검하수(ptosis; a droopping of the upper eyelid), 놀랍지 않게도 사시(strabismus), 홍채 비대칭(asymmetry of the iris)이 특징에 포함되어 있다. 너무 큰 귀는 범죄자의 특징이지만 보통 사람보다 작은 귀도 종종 범죄자의 특징이다. 침팬지를 닮은 핸들 모양의 귀(handle-shaped ears)도 범죄자의 특징이다. 매부리코(aquiline)는 살인자의 특징이고, 반대로 들창코나 평평한 모양의 코는 흑인(negroid) 절도범의 특징이다. 여자 중에서 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나 살인자는 두툼한 입술을 가지고 있다. 중절치(가장 가운데의 윗 앞니) 두 개가 지나치게 크거나 측절치(lateral incisor; 위쪽 가운데 앞니 양쪽 옆에 붙은 두 개의 앞니, 송곳니의 바로 옆)가 없으면 범죄자일 가능성이 높다.
흡사 이상형 월드컵?
더 이상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이 피곤할 정도이다. 이 정도면 흡사 이상형 월드컵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신체적 특징 모두를 생래적 범죄자의 특징으로 두고, 이런 생래적 범죄자의 범행은 타고나는 것이어서 막기 어렵다는 결론까지 어떤 의미에서는 완벽하다. 하지만 너무 완벽한 이론은 의심해봐야 한다. 그것이 자연과학적인 이론이 아니라 사회과학적인 이론이라면 내 뇌에서 만들어진 망상이 이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농담처럼 떠도는 말이지만 롬브로소가 죽고 난 이후에 그의 제자들이 스승의 신체적 특징을 조사했는데, 그는 그의 이론에 따를 때 저능아의 특징을 많이 지녔다고 한다. 그것을 믿을지는 읽는 사람의 마음이다. 설마 제자들이 그런 특징이 나왔다 한들 그렇게 발표했을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