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마음의 창이다.
숱한 사람들을 시험대에 올려 두개골 용량을 측정하고, 눈, 코, 입 모양을 살피던 롬브로소의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쉽게 분류되고 인지되는 특징은, 가령 관상, 혈액형, MBTI와 같은 것들, 그것이 성격이나 범죄성과 연관될 때 사람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게 된다(특히 일본과 우리나라가 그런 경향을 강하게 띤다). 롬브로소도 그런 직관성에 기대어 잘못된 상관관계에(실제로 안검하수와 범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직까진 그렇다) 상상력을 발휘한 인과성을 부여하였다. '눈은 마음이 외부세계를 향해 열어놓은 창(window)이다. 그러니 눈의 생김새는 생래적 범죄자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놀랍게도 롬브로소가 실제로 한 말이다.
시험대에 올린 이론이 시험대에 오르다.
롬브로소의 초기 연구는 생래적 범죄자(born criminals) 100명, 범죄 성향이 있는 자(persons with criminal tendencies) 100명, 일반인(normal persons) 1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는 후속 연구를 위해 자신의 연구결과를 의회에 제출했으나(후속 연구를 위해 정부의 동의 및 지원이 있어야 했다), 의회는 그의 이론이 세 집단을 정확하게 분류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 롬브로소의 제안은 뜻밖에도 영국의 Parkhurst 감옥의 의료 책임자인 Dr. Griffiths에 의해 수락되었고, Dr. Griffiths는 롬브로소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재소자 3,000명을 조사했다.
조사가 완전히 끝나기 전인 1903년 고링(Dr. Charles Goring)이 그리피스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고링은 롬브로소의 이론이 틀렸다고 믿었지만 전임자의 연구를 계속 이어나갔다. 롬브로소의 가설이 틀렸다면, 그리고 그의 가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자신이 만들 수 있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 것인지 고링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야심만만한 의사에 의해 많은 이들을 시험대에 올렸던 이론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마지막 남은 미신을 죽여야 한다.
고링은 전임자의 연구를 이어받은 후에도 10년이나 더 연구를 지속했다. 조사 대상이 되는 범죄자도 3,000명에서 4,000명으로 늘렸다. 그게 뭐였든 그는 결과물이 확실히 자신의 것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1913년 「The English Convict: A Statistical Study by Charles Goring. Deputy Medical Officer. H. M. Prison Parkhurst」를 발표하면서 그 첫머리에 야심 찬 포부와 남다른 기개가 애써 절제된 이런 말을 하였다.
Now, although it is true that Lombroso`s criminology is dead as a science, it is equally true that as a superstition, it is not dead.
롬브로소의 범죄 원인론이 과학으로서의 지위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신으로서는 아직 살아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격세유전은 틀렸다. 하지만 범죄는 어느 정도 유전된다.
고링은 범죄가 격세유전(atavism)된다는 롬브로소의 주장에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범죄가 유전의 직접적인 결과라면 자녀는 부모와 동종의 범죄(homogeneous crime)를 저질러야 한다. 범죄는 다분히 추상적이고 규범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추상화와 규범화는 인간이 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전이라는 과학적 요소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하는 범죄라는 규범적 요소를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엄마가 눈이 크기 때문에 아들이 눈이 클 수는 있다(과학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미녀를 낳는 집안이라고 해서 현재 미녀를 낳는 집안이 될 수는 없다(만약 그렇다면 굉장한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미의 기준은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링은 범죄가 간접적으로 그리고 이종(different kind) 간 유전될 수는 있다고 결론 내렸다. 사기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방화와 성범죄 그리고 절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부모도 범죄자인 경우가 많았다. 폭력, 강도, 살인은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 범죄에서는 최고 58%까지 부자(남자만 대상으로 조사했다) 간 범죄 일치율이 치솟았다. 평균적으로 범죄자 부모로부터 태어난 사람이 범죄자가 될 확률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약 8배 더 높게 조사되었다(범죄자 부 -범죄자 자의 경우는 33%, 비 범죄자 부 - 범죄자 자의 경우는 4.5%였다).
직업과 교육, 그리고 범죄
그리고 고링은 직업이 범죄와 어느 정도까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방화, 손괴, 성범죄는 농부와 광부의 비율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사기, 절도 등의 재산 범죄는 상인 및 장인 비율이 높았다. 특히 그에 따르면, 전문직은 전체 인구의 4%밖에 되지 않는 소수이지만, 전체 재산 범죄자 중 3%나 전문직이었다.
그에 따르면, 지능은 범죄와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교육은 (그것이 좋은 쪽이든 반대로 나쁜 쪽이든) 범죄에 대하여 지능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교육은 비록 초기에 아주 하찮은 정도로 범죄와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지만, 나중에 그것이 지능이라는 요소와 결합되었을 때, 특히 좋은 교육은 장기적으로 낮은 범죄율이라는 결과를 낸다. 특히 어머니의 이른 사망은 양육 과정에서 교육의 부재로 이어지고, 재범률에 큰 영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