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력은 찬탈의 반복으로 약화된다.

그것이 정치든 학문이든, 아직 경제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by 이동민
찬탈이 반복되면 절대권력은 무너진다.


고링이 롬브로소를 비판한 후, 당연하게도 고링은 롬브로소의 지위를 그대로 흡수하지 못했다. 고링도 후대 연구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그 선봉에 후튼(Earnest Hooton)이 있었다. 후튼은 《범죄와 인간》(Crime and the Man; 1939)에서 13,873명의 범죄자와 3,203명의 비 범죄자의 신체적 특징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고링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자료였고, 10개 국가의 자료를 비교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더 타당한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되었다.




유기체적 열등성이 범죄를 낳는다.


그는 국가별, 인종별, 범죄별로 각 대상 집단을 분류하여 특징을 찾아내는 것에 집중했다. 또한 신체적 특징을 9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고, 생물학적 특징을 넘어 경제적 여건, 교육 정도, 직업 등의 사회학적 요인도 아울러 비교하였다. 그는 생물학적이고 유기체적인 열등성이 사회학적, 계량적, 형태학적 특성을 낳고, 그것이 2차 요인이 되어 범죄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즉, 범죄의 1차적 요인은 유기체적인 열등성이고, 교도소에 모인 자들은 특정한 생물학적 열등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았다.




반복되는 유사과학, 배엽론


쉘던(William Sheldon)은 세 권의 책을 통해 배엽론(Somatotype)과 범죄의 상관관계를 완성하였다. 그의 첫 번째 저서 《The Varieties of Human Physique》(1940)에서 쉘던은 남자 대학생 4,000명의 전면, 후면, 측면 사진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체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고, 내배엽형(Endomorph), 중배엽형(Mesomorph), 외배엽형(Ectomorph), 자세하게는 76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배엽형은 신체 중 내장기관이 발달한 타입이고, 중배엽형은 뼈와 근육이, 그리고 외배엽형은 신경계열이 잘 발달한 사람을 말한다.


그는 두 번째 자신의 저서,《The Varieties of Temperament; A Psychology of Constitutional Differences》(1942)에서 각 체형과 성격 유형을 연결하였다. 내배엽형은 내장형 성격(viscerotonia)을 가져 먹기를 좋아하면서 사교적이고, 중배엽형은 신체형 성격(somatotonia)이어서 공격적이고 정력적인 활동을 좋아하며, 외배엽형은 신경형 성격(cerebrotonia)이기 때문에 지적이지만 신경질적이기도 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저서 《Varieties of Delinquent Youth: An Introduction to Constitutional Psychiatry》(1949)에서 성격과 범죄성을 연결 지었다. 그는 보스턴에 있는 Hayden Goodwill 재활치료센터에 등록한 200명의 소년범죄자들을 분석한 결과, 체형과 특정 종류의 범죄가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중배엽형은 신체가 발달했기 때문에 폭력범죄를, 외배엽형은 지적이기 때문에 경제범죄를 잘 저지른다는 식의 결론이었다. 이 이론은 나온 지 20년 만에 완전히 사장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특정 분야(특히 헬스장)의 강력한 이론적 근거로 사용된다.




쉽게 이해가 된다면 과학이 아니다.


과학은 쉽게 이해가 되는 대상이 아니다. 특정한 과학적 현상을 외워서 답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이벤트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작업은 고도의 지적인 능력과 통합적 사고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신체의 형태와 범죄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 혈액형과 성격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 인종과 특정한 범죄성을 연관시키는 것 등은 모두 쓸모없는 작업이며, 오히려 과학적 사고를 방해하는 요소이다. 이렇게 쉽게 이해되는 탓에 쉽게 소비되고, 쉽게 널리 소비되는 탓에 사람들에게 편향적 사고를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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