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이 만악의 근원?

망할 남성호르몬 같으니

by 이동민
초기 생물학적 범죄 원인론에 대한 공통된 비판


초기의 생물학적 범죄 원인론을 주장한 학자들(롬브로소, 고링, 후튼, 쉘던)의 연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비판점이 존재한다.


첫째, 그들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이 범죄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았다. 다른 사회적 요소들이 개입하지만(학력, 직업, 소득 등) 그것은 생물학적 원인으로부터 파생되었거나(예를 들어 지능지수가 낮아 좋은 직업을 갖지 못했다는 등), 기껏해야 부차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회적 요소가 더 강하게 작용하거나 유의미한 결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인종과 같은 다른 생물학적 변수를 접목시켜 그것을 희석하려고 하였고, 일부 결과는 애써 무시하기도 하였다(이는 후대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다).


둘째, 초기 생물학적 범죄 원인론을 주장한 사람 중 대다수는 원인(생물학적인 특징)과 결과(범죄) 사이에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접목시키려고 노력했다. 머리 용량이 큰 것은 높은 지능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발달된 근육은 폭력범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눈은 영혼이 외부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창이고, 코는 영혼이 들어가고 나가는 곳이다. 이런 부위의 생김새와 범죄를 연관시키면 그 정도 수준에서는 매우 설득력 있는 이론이 탄생한다.


셋째, 그들이 활동한 시기의 특성상 우생학과 백인 우월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시대정신을 뛰어넘는 초인이 아닌 한 모두는 그 시대의 지배적 사고의 틀 안에서만 활동한다. 1883년 영국 출신 인류학자 Francis Galton이 우생학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이래 우생학과 백인 우월주의는 제국주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되었다. 이때부터 제국주의의 종말을 맞이하는 1940년대까지 활동한 학자는 굉장히 편협하고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정(正)과 부정(不正)이 대치하는 범죄 원인론에서는 그 가치관이 더 확고하게 드러났다.




현대의 생물학적 범죄 원인론


1950년 이후에도 초기 생물학적 범죄 원인론을 기반으로 한 연구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학계에 발표되는 연구마다 모두 편협한 시각과 잘못된 가치관이 개입된, 연구자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흑인, 소수인종, 여자)을 폄훼하거나 억압하려는 의도를 가진(적어도 그것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생물학적 범죄 원인론은 가장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뇌과학, 분자세포생물학, 호르몬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생물학적 범죄 원인론은 가장 인기 있으면서 가장 신뢰할만한 이론의 위치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의 연구자들은 아주 겸손하게도 생물학적 원인이 범죄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물학적 원인이 양육 등의 사회적 요인과 결합할 때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된다는 식의 개방적 태도를 유지하였다.




망할 남성호르몬 같으니


테스토스테론이 범죄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연구는 예전부터 있었다. 부스(Alan Booth)와 오스굿(Wayne Osgood)은 「The Influence of Testosterone on Deviance in Adulthood: Assessing and Explaining the Relationship」(1993) 테스토스테론과 공격성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후에 Anthony Walsh는 《Biosocial Criminology》(2002)에서, Allan Mazur는 「Testosterone and Violence among Young Men」(2009)에서 테스토스테론이 폭력범죄, 약물 복용, 비행행위와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다만, 단순히 테스토스테론의 수치 변화만 측정한 한계가 있는데, 이런 한계로 인하여 반복된 범죄행위가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촉진하는지,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범죄를 일으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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