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탈출은 지능순
범죄와 지능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싶어 하는 연구자는 많았다. 당연하게도 지능은 선천적인 것으로 보이고, 이런 지능의 영향에 따라 범죄 여부가 달라진다는 결론은 범죄자를 '미리' 가려낼 수 있는 매력적인 이론이다. 또한 낮은 지능이 높은 범죄율과 관련이 있다는 명제는 우리의 직관과도 일치하고,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현재의 세태와도 크게 이질감이 없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 우리의 직관과 일치하는 과학적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학자들이 지능과 범죄라는 타르 구덩이(Tar Pit)에서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을까? 우리는 조금 더 늦게 태어난 덕분에 이들의 연구를 한 발짝 멀리서 살펴볼 수 있다.
님아, 그 타르 구덩이에 들어가지 마오.
처음 그 타르 구덩이에 빠진 공룡은 찰스 머레이(Charles Murray)이다. 그는 「The Link Between Learning Disabilities and Juvenile Delinquency: Current Theory and Knowledge」(1976)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Berman, Critchley, Compton, Duling, Mulligan, Stengel 등의 연구결과를 메타 분석한 결과) 학습장애(Learning Disabilities, LD)와 소년 비행(Juvenile Delinquency, JD)에 대한 인과관계는 불충분하다. 이들이 산출한 개략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서는 LD를 가진 자들이 비행을 저지른다는 개념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이들의 연구 중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연구가 조악하게 설계되었으며, LD와 JD상관관계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대략적인 추정치도 제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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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Berman과 Hurwitz의 연구는 지각 장애 테스트에서 기관에 수용된 범죄 소년과 일반 소년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를 밝혀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LD를 1) IQ 80 이하이면서, 2) 후천적 사고로 인한 지능 저하가 아니고, 3) 교과 성취(academic achievement)에 문제가 있는 아이를 상정했는데, 이 대상자 자체가 매우 소수라는 것이 문제였다. 또한, 학교 밖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출석에 문제가 없거나 학교 안에서는 규칙을 준수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고든(Robert Gordon)은 「Research on race, IQ and delinquency」(1977)에서 지능지수와 인종이 범죄와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연구는 (당연히 강한 편견을 담고 있기에)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는 10년 후에 발표한 후속 연구 「SES versus IQ in race-IQ-delinquency」(1987)에서도 그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SES(socio-economic status)에서 흑인과 백인의 차이는 10년 전 저자가 발표한 IQ의 차이를 대체한다. 하지만 SES 변수가 비교적 강한 상관관계를 의미하더라도 IQ의 차이가 범죄에 대한 유의미한 변수가 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자신이 한 번 믿기로 한 것에 빠지면 끊임없이 확증 편향이 작용한다. 연구자라고 다를 것은 없다.
그 공룡 아직 안 죽었대?
Richard Herrnstein과 Charles Murray는 아직까지 논쟁의 대상이 되는 《The Bell Curve: Intelligence and Class Structure in American Life》(1994)를 집필한다. 그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첫째, 지능은 약 80%가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인종과 민족에 따라서도 마찬가지라서 특정한 민족은 평균적으로 높은 지능지수를 가지는데 반해, 다른 민족은 평균적으로 아주 낮은 지능지수를 가지고 태어난다.
둘째, 지능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SES), 교육 수준보다 훨씬 강력한 예측 도구이다. 즉, 교육을 얼마나 받느냐보다 지능이 소득 수준, 직업수행능력, 혼전임신, 범죄 등 개인 삶에 있어서 여러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셋째, 지능은 종형 곡선(bell curve) 분포를 따른다. 즉, 지능이 아주 낮은 사람은 그 사회에서 비교적 소수이다. 그리고 지능이 낮은 사람은 '인지적 약점'을 가지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면 범죄행위로 더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그들의 연구에 따르더라도 낮은 지능이 설명할 수 있는 비행의 총량은 1.5%에 불과했다. 기관에 구금된 사람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전체의 9.6%로 지능이 낮은 사람의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IQ와 범죄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점점 밝혀지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그 공룡 타르 구덩이에서 오래 살아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