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도피를 잘하면 사회생활도 잘한다?
메드닉(Sarnoff Mednick)에 따르면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 ANS)가 범죄와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자율신경계는 호흡, 소화, 맥박 등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기능을 관장하는 체계이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투쟁-도피(fight or flight)를 위해서 몸이 긴장할 때는 교감신경이, 편안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할 때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메드닉은「A Biosocial Theory of the Learning of Law-abiding Behavior」(1977)에서 자율신경계의 민감도는 유전된다고 주장했다. 즉, 각성이 느린 사람과 빠른 사람이 있는데, 각성이 느린 사람은 반사회적인 행위를 통제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았다.
각성이 무엇이기에 범죄를 막나?
아이센크(Hans Eysenck)는 자율신경계는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The Causes and Cures of Criminality》(Hans Eysenck and Gisli Gudjonsson, 1989)에서 각성(arousal) 수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그 각성 수준이 낮은 사람은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쉽게 익숙해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이 변하면 그에 따른 적절한 친사회적 활동을 학습해야 하는데,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적절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사회적 활동을 학습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모자란 각성을 보충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엘리스(Lee Ellis)도 「Neurohormonal bases of varying tendencies to learn delinquent and criminal behavior」(1987,《Behavioral Approaches to Crime and Delinquency》pp.499-518)에서 아이센크와 유사하지만 다른 주장을 하였다. 엘리스도 각성 수준이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지만, 각성에 필요한 역치가 높은 사람이 일탈행동에 빠질 경향이 높다고 보았다. 적정 수준 이하(suboptimal)의 각성 상태에 있는 사람은 각성 수준을 보충하기 위하여 위험성이 높고, 충동적인 행동을 주로 한다. 특히 우발범죄, 약물 사용 등과 각성 수준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이론에 대해서는 왜 어떤 사람은 각성 수준을 보충하기 위해 익스트림 스포츠 등을 즐기고 다른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는지에 대한 적합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종교와 범죄를 각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엘리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후속 연구 「Religiosity and Criminality from the perspective of arousal theory」(1987)에서 더 대담한 주장을 한다. 당시까지 종교와 범죄는 일정한 관계를 가졌는데, 교회의 출석률이 낮을수록, 현세와 내세에 대한 비관적 태도가 짙을수록, 유대교도보다는 기독교도일수록 범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발표되었다. 엘리스는 각성 이론의 관점에서 종교와 범죄의 관계를 파악하였는데, 각성 수준이 낮은 사람은 교회를 따분하게 느끼고 반대로 범죄는 흥분을 주기 때문에 끌린다는 이유를 제시하였다. 즉, 종교의 참석이 낮은 범죄율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높은 각성상태가 종교 행사 참석률을 높이고 범죄율을 낮추는 공통 원인이라고 보았다(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참고문헌
1) A Biosocial Theory of the Learning of Law-abiding Behavior, Sarnoff Mednick, 1977
2) The Causes and Cures of Criminality, Hans Eysenck and Gisli Gudjonsson, 1989
3) Neurohormonal bases of varying tendencies to learn delinquent and criminal behavior, Lee Ellis, 1987
4) Religiosity and Criminality from the perspective of arousal theory, Lee Ellis,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