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엔 일 이야기 좀 안 할 수 없을까

법원이 일요일에 일하는 것도 아니잖아

by 이동민
여보세요?


나는 항상 전화를 받을 때 "네, 이동민입니다."라고 말한다. 사무실에 온 연락도 본명을 밝히면 "변호사님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이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대답 중 약 80%는 "여보세요?"이다.


'본인이 전화를 걸어놓고 내가 대답을 했는데 왜 다시 여보를 찾는 거지? 내가 당신 여보도 아닌데.'


주말에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가 "여보세요?"로 시작할 가능성은 100%에 수렴한다. 작년부터 유선 전화를 없애고 사무실 전화를 당겨 받는데, 주말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면 그건 거의 상담전화다. 그리고 꼭 주말에 상담전화를 하는 사람이 마음부터 다급하다. 내 그 다급한 마음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나도 주말에 아팠을 땐 무섭고 두렵기까지 했다.




내 그 마음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주말에 - 심지어 새벽 6시에 전화를 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 당겨서 받는 전화는 친절하게 받아주는 편이다. 우선 내가 '전화를 받기로 했으니' 친절하게 받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 다급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물어보고 싶고 막막하기도 했겠지. 지금 당장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뭔가 잘못될 것 같고 그렇겠지.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전화하는 사람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 있다. 사실 모두가 아는 공지의 사실이다. 놀랍게도 법원은 공휴일에 일을 하지 않는다(물론 주말 근처에 잡혀가는 사람은 '일하는 법원'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더 놀랍게도 주말에는 우체국도 일을 하지 않는다. 즉, 어떤 법적인 문제가 생겼다면 그건 보통 법원이 보낸 서류를 통해서 알았을 것이고, 우체국이 일하는 건 평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법적 문제에 대해 주말에 궁금해지는 게 아니라 미루고 미루다 주말이 되어서야 '이제 슬슬 좀 알아볼까'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그래도 그 마음 모르는 건 아니다.


나도 어떤 일을 한없이 늦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자신이 편한 출근 전, 퇴근 후, 토요일, 일요일에 법적인 분쟁에 대해 물어보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당신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싶어도 '법원이 일을 하지 않는 날'에 서류를 접수할 수는 없다. 물론 인터넷으로야 접수가 가능하지만, 법원의 시계는 보통 주중에만 움직인다. 병원은 그날 가지 않으면 병을 키울 수 있지만 법원은 그날이 아니라도 괜찮다. 불변기간이라고 하는 꼭 지켜야 하는 날도 평일에 끝나지 주말에 끝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도 주말엔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기존 의뢰인에게는 꼭 저 말을 해준다. '법원의 시간은 평일에 가니 평일에 전화를 주시든 찾아오시라. 주말이 편한 건 알지만 주말엔 쉬어야 작업의 능률이 오르지 않겠나.'라는 취지이다. 처음 전화가 오는 사람의 연락은 받는다. 친절하게 받는다. 그런데 모두 편하다고 주말에 퇴근 후에 전화가 오면, 100명이 넘는 의뢰인이 주말에 몰아서 전화가 오면, 그건 좀 불행할 것 같다. 그래서 정한 나만의 규칙이다. 퇴근 후에는 기존 의뢰인의 전화는 받지 않는다. 그 취지도 미리 설명한다. 그리고 웬만큼 개념이 있는 사람은 퇴근 후에 전화를 하지도 않는다.




꼭 퇴근 후, 주말에만 골라서 연락을 하는 사람이 있다.


안다. 내 그 마음 무엇인지 안다. 알겠는데, 당신과 내가 그렇게까지 친한 건 아니지 않나. 30년 지기 친구라면 모를까. 꼭 주말에 전화해서 사건 이야기를 해야겠나. 이 사람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주말에 전화 친절하게 잘 받습니다. 하지만 확인 자체를 안 할 때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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