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 Expression Dichotomy
표현은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렇다면 저작물로 보호를 받기 위한 '표현'이란 무엇인가? 그냥 단순하게 '쓰면 표현 아닌가?', 사진은 '찍으면 표현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글을 쓰든 사진을 찍든 어떤 창작물을 만들어 낼 때에는 '아이디어'라는 것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라는 용어는 우리 법원이 아이디어와 표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고 이를 대체할만한 더 좋은 표현도 없다.) 아이디어는 고안, 착상, 생각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활동을 발전시키고 그 영역을 확대하는 생각의 전반이라 정의해도 괜찮다. 그리고 어떤 창작물이든 (그것이 독창적인 것이라면)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표현 모두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표현은 독창적인 창작물에서 아이디어를 뺀 나머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흥부전을 예로 들어 보자. 가난하지만 착하게 살던 흥부는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어 부자가 되었고, 부자였지만 심성이 곱지 않았던 흥부는 제비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벌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과 권선징악의 주제는 흥부전의 '아이디어'이다. 이에 반해, 판소리 흥부전에서 놀부가 흥부로부터 화초장 하나를 얻고 즐거워하며 돌아가는 대목, 가령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초장, 고추장 아니다..."같은 부분은 아이디어라기보다는 표현으로 보호를 받는 것에 가깝다. 이렇게 창작물에는 그 뼈대를 이루는 '아이디어'와 세부사항을 이루거나 그 발현 형식인 '표현'이 모두 존재한다.
아이디어와 표현은 서로 다르게 보호된다. 아이디어는 그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 삶 전반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유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인간 삶의 영역 확대에 유리하다. 다만, 중요하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는 특허법으로 보호함으로써 창의 및 창작의 유인을 만들어내고, 아이디어 기반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표현은 그 자체가 방대하고 개성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등록하여 보호를 할 수 없고, 창작적인 표현이기만 하다면 기본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정리하자면 아이디어는 예외적으로 보호를 받고, 표현은 원칙적으로 보호를 받는다.
문제는 개별 사건에 적용할 때,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분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문학작품이나 음악 등 예술적인 방면에서는 표현 자체의 보호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표현의 독창성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문학작품에서는 '아', '어' 하나가 작품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하고, 심지어 큰 그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의 전달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글은 문학작품보다 상대적으로 표현의 중요성, 독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여행책자라고 한다면 지도, 랜드마크, 지역이나 건축물의 유래, 맛집, 교통 등 - 일반적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되는 정보 - 문학작품에 비해 유사한 구조나 내용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어떤 것이 보호받아야 할 표현이냐'라고 하는 것은 개별 작품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