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케나 v 대한항공(솔섬 사진)

by 이동민

1. 아이디어, 표현의 구분 기준


아이디어와 표현 사이에 명확한 선(sharp line)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법적 권리에 관한 문제라면 어딘가에 구별점은 존재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아이디어는 원칙적으로 보호의 대상이 아니지만, 표현은 대부분 그 자체의 가치가 보호되기 때문이다. 그 구별점은 사안에 따라 다르고 그것은 대부분 법관에 의해 결정된다. 실무에서 아이디어가 아이디어의 영역을 넘어 표현으로까지 인정받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법원의 입장은 아니지만 눈여겨 볼만한 하급심 판례가 있어서 이를 소개하면서 표현과 아이디어가 어떻게 구별되는지 살펴본다.





2. 사실관계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Micheal Kenna)는 2007년 2월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 인근 해수욕장 주변의 감시탑(watch tower)을 촬영한 후 차를 타고 돌아 나오는 길에 우연히 솔섬을 발견하고 이를 사진에 담았다. 이후 마이클 케나의 작품은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솔섬은 삼척의 유명 출사지가 되었다.


원고는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2010년 11월 4일 마이클 케나의 작품에 대하여 국내 판매 및 전시대리권을 넘겨받는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래서 마이클 케나의 '솔섬' 작품에 대한 국내 저작권, 전시권, 소유권은 계약기간까지는 모두 갤러리 주인인 원고에게 넘겨졌다. 그리고 마이클 케나의 작품은 2011년 2월 한국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한편, 대한항공은 2011년 8월 경 광고를 제작하면서 마이클 케나의 솔섬 작품과 유사한 이미지를 활용하였다. 대한항공이 광고에 사용한 사진은 아마추어 작가가 촬영한 작품으로 2010년 대한항공이 주최한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입선으로 당선된 작품이었다.


원고는 피고 대한항공을 상대로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의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3.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4나2011480)의 판단


가. 법리

우리 법원은 원칙적으로 표현의 내용인 아이디어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고, 외부로 드러나는 형식적 요소인 표현이 보호 대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 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특히 사진저작물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는 것이기 때문에 피사체가 자신만 선정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인지, 구도, 빛의 양, 각도, 셔터 속도 등에서 다른 작품과 구별될 수 있을만한 개성이 드러나는지가 중요하다.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 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


나. 판단

1) 피사체의 선정

해당 사건의 피사체는 ‘솔섬’이라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연물과 이를 중심으로 한 풍경으로서 이처럼 누구나 접근 가능한 자연물이나 풍경을 대상으로 선택하고 촬영하는 행위 자체로 인한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2) 구도의 설정

솔섬을 촬영할 수 있는 위치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솔섬을 촬영한 사진은 거의 비슷한 구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심지어 마이클 케나가 솔섬 사진을 찍기 전에 비슷한 구도의 사진이 이미 존재하였다. (*커버 사진의 두 이미지는 2006년 삼척관광 전국사진공모전에서 입선작으로 선정된 호산의 여명(좌)과 마이클 케나의 솔섬 1(우)이다. 커버사진은 판결문의 일부를 갈무리한 것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자연물에 대한 구도의 설정은 사진을 촬영한 장소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해당 자연물을 촬영할 수 있는 장소는 일반적으로 공개되고 알려져 있거나 반대로 주변 환경에 따라 매우 제한되어 있어 그 장소의 선택에는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중략)
2006년 제2회 삼척관광 전국사진공모전에서 솔섬을 주제로 한 ‘호산의 여명’이라는 작품이 입선작으로 선정되었는데, 이 사건 사진저작물보다 먼저 촬영된 위 작품은 이 사건 사진저작물의 촬영 구도와 완전히 같지는 아니하지만 상당히 유사한 구도로 촬영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이 사건 사진저작물과 마찬가지로 위 ‘호산의 여명’ 작품에서도 사진의 중앙 부근에 솔섬이 위치하고 있고, 하늘과 나무의 반영(反影)이 물에 나타나는 표현을 볼 수 있다(이처럼 섬을 비롯한 수상 물체를 수평선 중심으로 촬영하여 하늘과 물을 대칭 구도로 표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촬영 기법이라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사진저작물의 구도 설정은 그 창작성이 인정되기 어렵거나, 그 창작성이 미약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 결론

피사체의 선정과 구도 외에도 빛의 양, 카메라의 각도, 셔터 속도 등에 대해서도 법원은 판단했다. 하지만 이 두 사진에 있어서 창작성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에서만 유사할 뿐,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은 오히려 많은 부분이 달랐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피고 대한항공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지만 많은 사진작가들로부터 비판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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