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수박과 토마토를 심는 날
우리 비닐하우스는 총 18동이다.
4월 초가 되면 가장 먼저 심는 작물은 수박이다.
한 동마다 두 개의 두둑을 만들어 가운데에 고랑을 내고,
양쪽 두둑에 모종을 심는다.
봄부터 여름까지, 이 작물들이 우리 가족의 시간을 지배한다.
예전에는 수박 모종을 직접 키웠다.
대목에 접순을 접목해서 일정 크기가 될 때까지 길러 밭으로 옮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농장에서 키운 모종을 가져와 심는다.
확실히 세상이 편해졌다고 느낀다.
모종을 심는 과정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아버지가 나무 말뚝으로 일정 간격에 비닐을 뚫으면,
내가 그 구멍에 모종을 넣고 물을 준 후 북삽으로 흙을 덮고 손으로 눌러 마무리했다.
그때 아버지는 늘 같은 말을 반복했다.
“수박 모종은 너무 깊이 심어도 안 되고, 얕게 심어도 안 된다.
적당히, 꼭 알맞게 해야 한다.”
"적당히"라는 말처럼 어려운 말이 또 있을까.
아버지의 ‘적당히’는 오랜 경험으로 쌓인 감각이었다.
그 감각을 익히기까지 우리는 무수히 많은 모종을 망쳤고,
한동안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으며 실력을 키워야 했다.
이제는 모종이식기가 생기면서 작업이 간편해졌다.
2인 1조로 아버지가 모종이식기를 비닐에 꽂으면,
나는 모종판에서 모종을 하나씩 꺼내 이식기에 넣는다.
호스를 이용해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니, 따로 물을 줄 필요도 없다.
허리도 덜 아프고, 손에 흙을 덜 묻히니 확실히 일이 수월해졌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슬쩍 웃으며 말씀하신다.
“세상 좋아져서 농사일도 편해졌다지만, 그래도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수박을 다 심고 나면 일주일쯤 뒤 토마토 모종이 온다.
토마토도 예전엔 직접 길렀지만, 지금은 역시 모종을 사다 심는다.
토마토 심는 방식은 수박과 비슷하지만 더 주의가 필요하다.
줄기가 길고 가늘어서 조금만 방심하면 쉽게 부러지기 때문이다.
한 모종에서 30개 정도의 토마토가 열린다.
하나를 부러뜨리면 30개를 통째로 버리는 셈이다.
나도 종종 토마토 모종을 부러뜨려 말없이 아버지의 눈치를 봐야 했다.
아버지는 겉으론 괜찮다고 하셨지만, 속으론 아마 몇 번이고 한숨을 쉬셨을 것이다.
하루 종일 허리를 굽혀 모종을 심고 나면, 몸은 지칠 대로 지친다.
하지만 가지런히 심어진 모종들을 바라볼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버지가 그런 내 표정을 보고 말하신다.
“지금이야 즐겁지. 하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그 말에는 우리 가족의 여름이 담겨 있었다.
땀과 노력으로 작물을 키우고, 그 과정을 통해 삶의 교훈을 배우게 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작물을 심으며 배운 것은 많다.
때로는 신중히, 때로는 과감히.
하지만 결국 모든 일에는 아버지의 말처럼
‘적당히’라는, 오랜 경험과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박과 토마토가 자라는 동안
우리 가족의 여름도 함께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