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작물이 자라는 동안
수박과 토마토 모종이 땅에 심어지고 나면, 본격적인 관리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우리 가족의 손길은 더 분주해진다.
수박은 덩굴 유인하기, 곁순 따기, 솎아내기 등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수박은 한 모종에서 여러 개가 열리지만, 결국 가장 튼실하고 예쁜 열매 하나만 남겨둬야 한다. 아버지는 수박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고, 크기와 모양을 기준으로 최고의 열매를 선택하신다. 그리고 그 열매가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바닥에 받침대를 받쳐준다. 곁순을 제거하고 받침대를 놓는 건 주로 내가 맡는 일이지만, 좋은 수박을 골라내는 일만큼은 여전히 아버지의 몫이다.
토마토는 일정 크기가 되면 줄을 내려 지지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 키가 크고 가늘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면 줄기가 쉽게 꺾이거나 쓰러질 수 있다. 그래서 토마토가 다섯 단까지 잘 자랄 수 있도록 곁순을 지속적으로 제거해 주고, 병들거나 상태가 좋지 못한 열매는 아낌없이 솎아낸다. 토마토 하나가 병들면 다른 열매에도 쉽게 전염되기 때문에, 솎아내는 작업엔 항상 긴장이 따른다.
아버지는 요즘 종종 말씀하신다.
“작물도 아이 키우는 것과 똑같아.
모종부터 열매 맺을 때까지 사랑을 줘야 이쁘고 건강하게 자란다.”
이 말씀은 매년 농사를 지을 때마다 되새기게 된다. 실제로 농사철이 되면 어머니는 시장도 제대로 갈 수 없을 만큼 바쁘고, 아버지 역시 작물을 키우는 데만 온종일 매달린다. 하루라도 소홀히 하면 덩굴은 엉망이 되고, 관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름철엔 비닐하우스의 문을 아침마다 열고, 밤이면 다시 닫아주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비라도 내리면 곧바로 달려가 비닐하우스를 닫아야 작물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 여기에 해충이나 전염병을 막기 위한 소독 작업까지 더해진다. 아버지 말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세심하고 부지런해야 하는 일이 농사인 것이다.
한창 수박과 토마토를 관리하는 시기가 되면 우리 3남매는 자연스럽게 총출동하게 된다. 결혼한 누나는 매형과 조카를 데리고 오고, 나도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간다. 결혼하지 않은 막내 여동생은 말할 것도 없이 필수 참석이다. 가족들이 이렇게 모두 모이면 저녁엔 야외에서 삼겹살 파티를 한다. 하루 종일 일하고 난 뒤 먹는 삼겹살 맛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그렇게 삼겹살과 술이 들어가다 보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흥이 난다. 하지만 다음 날이 문제다. 전날의 즐거움이 과하면 다음 날 농사일이 고역이 되기 때문이다. 가끔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을 멈추고 잠시 누워 쉬는 가족들이 속출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웃으며 말씀하신다.
“힘들 때는 막걸리가 약이다. 속이 안 좋아도 한 잔 마시면 오히려 해장이 될 걸.”
처음엔 그 말을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나면 거짓말처럼 속이 편해지곤 한다. 그렇게 다시 힘을 내서 비닐하우스를 돌보게 된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작물을 키우는 건 단지 수박과 토마토를 얻기 위한 일이 아니라, 인내와 노력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것처럼, 농사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매년 작물이 자라는 동안 우리 가족 역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