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힘든 순간은 있다. 교사로서 힘든 순간은 학부모와 전화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학부모가 민원성 전화를 하던, 교사가 사건, 사고를 알리는 전화를 하던 단어 하나에 학부모의 안 좋은 반응이 나올 수 있기에 상당히 긴장하고 임하는 편이다.
“부장님,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 좀 해 주세요.”
경력이 10년 정도 되신 선생님이 학생이 ADHD로 의심이 되는데 학부모에게 말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그 학생의 행동으로 수업 시간에 힘들고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사실을 그대로 알리는 것이 그렇게 힘들까 생각하겠지만 학부모의 반응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내 경험을 말씀드렸다. 1학년이었던 아이는 인지 능력과 언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일도 많았다. 1학년을 맡아서 두 달 정도 지나서 최대한 사실만 전달하고 병원에 가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시라고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학부모는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더 지켜보겠다고 완강하게 말씀하셨다. 1학년이 끝날 때까지 친구들을 때리기, 수업 시간에 막무가내로 울기, 갑자기 교실에서 사라져 온 교내를 찾아다니는 일 등등,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
아이의 상황은 2학년이 되어가면서 점점 더 나빠졌다.
그런데 2학년 담임 선생님은 검사를 권했고 나와 달리 설득에 성공했다. 그 아이는 병원 검사 후 특수반에 들어가면서 다양한 치료를 시작했다. 나는 그 선생님께 어떻게 하셨는지 물었다.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1학년 동안 꾸준하게 일어난 모든 일과 내 말이 무시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완강했던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낸 방법이 궁금했다.
“어머니, 다른 사람을 보지 마시고 자식만 생각하세요. 체면이 중요한가요? 자식이 중요한가요?”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그 엄마는 자기 아이의 현실을 알리기가 겁이 났던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하느라 그 엄마의 마음을 놓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말은 학부모와 어려운 주제로 전화할 때 가끔 떠올리는 말이 되었다.
옆 반 선생님의 고민 해결책으로 학부모와 소통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학생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을 제시했다.
옆 반 선생님은 학생의 상황을 적은 기록을 가지고 학부모와 상담을 시작했다. 나는 처음에는 일상적인 이야기, 수업할 때 어려웠던 상황을 이야기하여 차츰 레포 형성을 하도록 권했다.
그 선생님은 시간이 좀 지나서 하굣길에 데리러 온 학부모에게 검사 이야기를 꺼내어 놓았다.
“말하길 잘했어요. 검사를 하고 병원에 다니면서 학교생활이 좋아졌어요.”
이렇게 교사의 망설임이 용기로 바뀌어서 움직이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 각도를 조금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을 위해 관심으로 이야기하는 교사는 학부모의 반대편이 아니다. 내 아이를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것을 학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