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선생님의 통화에서
1학년 담임 중 있었던 일이다.
“우리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물어보셨나요?”
가끔 아이 문제로 전화를 하면 나를 힘들게 하는 명수 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그날은 명수가 쉬는 시간에 현석이와 부딪쳐 큰 소리가 나게 싸웠다. 둘은 처음에 장난으로 서로의 몸을 밀고 당기다가 명수가 아프게 부딪쳤나 보다. 화가 난 명수가 현석이한테 사과하라고 했다.
그러나 현석이는 어림도 없었다. 너도 같이 밀었는데 왜 나만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둘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교실이 시끄러워서 주목을 했더니 둘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있었다.
얼른 나서서 서로 잘못한 점을 이야기애 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이럴 때 의외로 자기의 잘못을 잘 이야기하고 화해도 금방 한다.
명수는 장난으로 현석이에게 먼저 밀고 당기는 놀이를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현석이는 명수보다 자기가 더 세게 부딪친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사과를 하고 사건은 종결했다.
사건은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오후에 명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명수한테 오늘 있었던 일 아세요?"
첫 말부터 따지는 말투에 차분히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아이들이 모두 잘못을 인정해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했음을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싸한 분위기가 전해왔다.
잠시 듣고만 있던 명수 어머니는 선생님이 세게 부딪쳐서 아프고 놀란 우리 명수의 마음을 읽어주지 않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서 명수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상대 아이 편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 일을 당한 우리 명수가 얼마나 놀랐는지 물어봐 주고 괜찮은지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선생님이 불만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의 다툼이 있을 때 교사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신속하게 조치를 취한다. 어느 쪽의 입장도 아닌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리고 아이들 간의 문제는 대화로써 풀고 해결하도록 유도한다. 그렇다고 아이의 마음을 살피지 않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울고 있거나 화를 내는데 그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거나 이유를 물어보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두에게 공정하게 마음을 살펴주어야 하는 교사의 말이 부모보다는 약한 것이 아이의 눈에 그렇게 보였나 보다 짐작을 한 뿐이었다.
당연하게 부모님들께서 내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다툼이 있는 아이 모두 소중한 존재이기에 공정하게 해결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항상 학부모와 협력하고 의견을 듣고자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학부모의 지나친 감정 표현과 대응은 자녀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부모의 불편함과 억울함, 거친 표현 등이 자녀에게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난다면 상대편 친구나 선생님에게 부모의 말과 행동을 흉내를 내게 된다. 엄마의 말투나 습관이 아이에게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은 흔한 일이기에 담임에게 민원성 전화를 할 때는 정중해야 하고 아이가 모르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강력한 항의를 보내는 것은 자녀에게 학교생활 중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압박이 될 수도 있고 친구 관계를 울퉁불퉁하게 만들 수 있다. 교사를 믿지 못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아이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를 경험하면서 자신을 발전시키며 감정적 지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게 된다. 학부모는 아이들을 많은 면에서 지원하고 안전을 보장하고자 노력하지만, 때로는 자녀의 성장을 위해 좋은 경험과 좋지 못한 경험을 허용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의사소통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공동체의 창조에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발전한다."
부모와 교사 사이에서도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교사는 학생의 상황을 직접 경험하며 관찰하고, 부모는 아이의 집에서의 모습과 감정을 알고 있다. 따라서 양측 모두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명수 어머니는 명수의 감정과 어머니의 감정을 교사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교사로서도 명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어머니께 설명하려 노력을 했다.
두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의 관점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듀이의 말처럼,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양측의 관점을 이해하고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하는 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불평과 불신, 항의 전화보다는 궁금한 점을 묻고 어머니의 마음을 부드럽게 전하는 전화가 더 좋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학부모와 교사의 올바른 소통은 아이의 자립과 학습과정을 도울 수 있다. 학부모와 교사의 협력은 아이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협력하면서 더 나은 교육 경험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교는 쌍방 소통이 되어야 하며 일방적인 민원을 들어주는 기관이 아니다. 택배가 잘못 오거나 깨어져 와서 바꾸어 달라, 어떻게 이런 것을 보낼 수 있느냐 말하는 것과 내 아이의 성장을 위한 이야기가 어떻게 같은 패턴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세상의 모든 존재는 소중하며 세상이 안전하려면 모든 존재들의 가치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가 소중하다면 다른 아이, 교사도 소중하다.
현명한 부모로서 이 점을 생각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