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림을 그려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라는 사람의 '행복'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직장에서 이유도 모르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전화로 어떤 학부모가 나에게 센 소리로 퍼부어도 나는 걸어갑니다.
내일의 태양이 또 떠 오르는 거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야호! 화요일이네. 얼른 출근하자.”
이런 말을 하는 얼마나 많았을까요?
“하아, 화요일 밖에 안 되었어? 주말이 언제 되지? 힘들다.”
축 처진 어깨로 출근하는 일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삶을 살다가 코로나로 인해 큰 변화를 맞이했어요.
학교에 가도 아이들을 볼 수 없고 동학년 선생님들과 교류도 없어진 거죠.
첫 해는 진짜 하루 종일 아무와도 이야기를 못 하고 퇴근하는 날이 부지기수였어요. 소통이 없으니 마음을 다치는 일이 더 많이 생기더군요. 매일 말을 하고 일을 같이 하다 보면 이해가 되는 것이 있지만 말도 몇 번 안 해보고 코로나로 처음 겪는 일들을 해결하려니 부딪치는 일도 많았어요. 처음 간 학교에서 알려주는 사람도 배려도 없이 모르는 학교에서 적응하기 정말 힘들었어요.
오죽하면 고등학생 아들을 붙잡고 못한 이야기를 해야 했을까요?
그러다가 우연히, 아니 필연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 구석에 있던 아이패드를 들고 엉금엉금 그림을 그렸어요.
프로크리에이트를 처음 구입하여 깔 때 그 두근거림 속에는 그림을 그린다는 즐거움이 더 많았어요.
못 그린다, 이것도 그린다고 해야 하나?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을 발아래 깔고 엉덩이로 누르며 그림을 배웠어요.
코로나가 한창이었지만 그림 전시회를 처음 참가한 2022년 10월은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오픈카톡방을 만들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 모여서 NFT를 만들어서 팔겠다고 오픈씨를 들어가기도 하고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사기도 했어요. 메타버스 세상인 제페토에서 놀기도 하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내가 작가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점차 '나도 작가야. 그림을 그려서 전시회를 하잖아.'
스스로 작가라 부르며 전시회 오프닝 파티에도 참가하게 되었어요.
나에게 그림은 아무도 말을 건너주지 않았던 그 해 교실과 학교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지요.
또, 온라인 세상, 메타버스 세상에서 또 다른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작가로서 나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요즘은 AI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요. 또 영상을 만들어 공유도 하고 있어요.
'내년 봄'이라는 이 그림은 작년 12월에 양천문화회관에서 전시한 작품입니다. 제 마음이 많이 담겨 있어요. 이 작품은 이름 모를 나무와 꽃을 마음대로 그렸어요.
벚꽃 같기도 한 이 꽃은 그냥 봄꽃이라 부르고 싶어요.
맑고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호수에 작은 집이 있어요.
물에 비치는 나뭇잎과 꽃들은 호수에 온 봄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지요. 불어오는 봄바람과 햇살이 느껴지시나요?
행복한 봄날은 나에게 이런 풍경입니다.
많은 돈이나 멋진 집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집과 꽃이 아름답게 핀 풍경을 볼 수 있는 봄날인 거죠. 물론 돈과 멋진 집도 있으면 좋지요.
그림은 모든 작가에게 수천수만 가지 이유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그림의 이론적 정의나 학술적 가치, 문화인류학적 정의는 잘 모르겠지만
저에게 그림은 현실과 다른 페르소나를 가지게 해 주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다른 비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